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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훤히 아는 공단…안잡을까, 못잡을까

박양명
발행날짜: 2013-11-11 12:00:26

김종대 이사장, 기업형ㆍ모텔형 등 세가지 유형 제시

건강보험공단이 잇따라 적발하고 있는 사무장병원의 유형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그동안 건보공단이 적발했던 사무장병원의 유형 세가지를 소개하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기업형' 사무장 병원.

사무장 본인이 원무과장으로 근무하던 요양병원을 인수해서 건물과 각종 의료장비 제공 및 운영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의사는 매월 일정 금액의 보수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명의를 사무장에게 빌려준다.

그리고 사무장은 투자자를 모집해서 병원당 20억~30억원의 자금을 조성, 추가로 요양병원을 개설하는 방법으로 병원을 확장시킨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까지 6개의 요양병원을 순차적으로 개설해 직원을 순환배치하고, 서로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하는 형태의 사무장병원을 적발했다. 이 병원은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1218억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

두번째는 '(양방)의사가 한의사를 고용해 한의원을 개설'하는 경우다.

의사는 한의원을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의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한의사를 고용해서 한의사 명의로 한의원을 개설했다.

그리고 인근의 영어학원, 태권도학원, 체력관리센터에 다니는 초ㆍ중학생에게 무료로 성장판 검사와 시술을 해줬다.

이 후 허위진료기록을 만들어 일반의원과 한의원이 중복해서 급여 청구한 사실이 발각됐다.

건보공단은 3억 8000만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마지막 유형은 잠만 자고 가는 '모텔형 사무장병원'이다.

고령이나 지병으로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운 의사를 내세워 대형병원 근처에 모텔형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후 지방에서 상경한 암환자들을 유치, 입원시켜 허위부당 청구하는 식이다.

이들 환자는 대형병원에서 방사선이나 항암치료 등을 받기 위해 하루나 이틀 전 미리 상경한 암환자들로 진료는 거의 하지 않고 소화제나 진통제만 투여한다.

대형병원에서 항암 치료가 끝나면 다시 모텔병원에 입원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 쉬면서 잠만 자고 가도록 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거짓으로 청구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5개 모텔병원이 총 24억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은 사실을 건보공단은 확인했다.

김종대 이사장은 "사무장병원은 정직한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는 손해를 끼치고 선량한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결과로 귀결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무장병원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정부와 수사권한이 있는 검찰과 경찰, 보험재정 관리책임이 있는 공단이 서로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단은 6개 지역본부 산하에 178개 지사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공단이 사무장병원을 적발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키워서 잡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무장병원을 척결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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