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정신의학회가 지난 1994년 4월 8일 창립 총회 및 학술대회를 시작한 이후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는 노인정신의학의 발전을 선도함과 동시에 700명의 노인정신의학 인증의를 배출하면서 고령화 사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매진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국제적인 학문 교류를 위한 세계노인정신의학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오는 7월부터 신설되는 치매특별등급과 관련해 그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난 25일 리츠칼튼호텔에서 개최된 '2014 대한노인정신의학회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정한용 이사장(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을 만나 성년을 맞은 학회의 향후 방향과 치매특별등급과 관련된 생각을 들어봤다.
Q. 20주년 기념 학술대회라서 특별행사가 있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촐한 느낌이다.
A. 20주년이라 기념식을 크게 할까도 생각했지만 세월호 침몰로 온 나라가 애도의 분위기에 있는 가운데 잔치분위기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학술대회를 극소로 축소하고 학술적인 부분에만 치중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세계노인정신의학회를 처음으로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올해는 특별행사까지는 필요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상당히 많은 의사들이 학술대회를 찾은 것 같다. 학술대회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했나.
A. 지난해 춘계 학술대회에는 300여명이 찾았고 올해는 442명이 등록했다.
치매특별등급 신설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특히 평일에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을텐데도 불구하고 개원의들이 많이 참여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노인정신의학에서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는 노인우울증과 치매를 주제로, 학술대회에서는 치매를, 연수강좌에서는 노인우울증에 대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Q. 최근들어 치매노인의 인권이 중요시 되고 있다. 판정과 치료단계에서의 인권보호가 필요하다고 본다.
A. 그렇다.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의 인권도 상당히 중요하다. 예전에는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이 자기표현을 못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주변 가족들이 보는 점에 대한 평가가 낫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점점 변해가고 있다.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도 충분히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치매 검사지를 주면 예전에는 가족들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환자에게 읽어줘도 잘 한다. 검사지를 천천히 여러번 읽어주는 방법 등을 통해 그분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Q. 그러나 치매특별요양등급 의사소견서는 상당 부분 주보호자의 판단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A. 용도의 차이다. 장기요양보험이라는 것은 돌봄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즉, 치매환자를 돌봄에 있어 보호자의 노력이 얼마나 들어가느냐, 집에서 해결하느냐 못 하느냐를 보기 위한 진단서인 셈이라 그런 부분에서 보호자 의견이 중요하다.
그러나 조금더 객관적일 필요는 있다. 이런 이유로 6개월 이상 치매진료여부 등을 소견서에 기재토록 했다. 무조건 보호자 말만 따르는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중요시하고 있다.
Q. 치매특별요양등급 의사소견서 발급 비용이 4만 7500원으로 제법 되다보니 많은 개원의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타 진료과에서의 치매 진단 시 가상치매환자에 대한 처방 및 위양성 치매 판정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A. 그런 우려를 많이 가지고 있다. 현재 대한치매학회와 노인정신의학회는 32시간 과정의 '치매 진료의사 전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소견서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6개 과목 6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된다. 6시간 교육으로 치매를 평가하고 치료까지 한다는 건 쉽지 않다. 걱정이 많다.
가상치매는 노인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까다롭고 복잡하다. 그런 부분이 잘못 진단되고 치료가 늦어지면 가족과 환자에게 큰 해를 미칠 수 있다.
특히 인지기능 검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선별검사가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 간이정신상태검사)인데 정신적인 인지부분 평가는 기본적인 개념이 명확해야 가능하다. 사실 그런 부분에서 걱정이 크다.
MMSE에 대해 타과 의사들에게 교육하면 항목 하나하나를 모두 궁금해한다. 그러나 몇 마디 대화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치매 진료의사 전문화 교육 프로그램'의 32시간 교육을 통해서라도 치매와 관련된 기본적인 부분은 훑을 필요가 있는데 걱정이다.
Q. 노인 자살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노인우울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인가.
A. 자실인구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10만명당 10대가 5.1명, 20대는 19.5명인 반면, 70대는 73.1명이고 80대는 무려 104.5명에 이른다.
10~20대는 다른 사망원인이 없어 자살이 사망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치로만 보면 70~80대와 비교도 안 된다. 그만큼 노인자살은 심각한 문제이다. 적극적인 치료로 이끌기 위해서는 노인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에 대한 낙인과 편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노인우울증은 굉장히 진단하기 어려운 병이다.우울증에 걸린 노인들은 우울하다는 표현을 하기보다 통증이 있다거나 기운이 없다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으로 검사를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안정제 정도만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안정제는 우울증 치료제가 아니고 지속 복용하다 보면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또한 나이탓으로 여기고 제대로 된 치료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크다. 노인우울증은 치료가 잘 안되는 병이 아니라 생각보다 치료가 잘 된다. 중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적은 약도 많다.
Q. 대한노인정신의학회가 어느덧 성년이 됐다. 그만큼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A. 지난 20년 동안 교과서도 두 번이나 냈고 올해 3탄을 출간할 예정이다. 특히 노인정신건강의 전문가 단체로서의 역할을 위해 인증의 배출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다.
학회가 성인인 된만큼 대한민국 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정책 입안에 참여했으나 학회 차원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은 조금 미흡했다. 학회의 기능으로서의 정책 개발은 쉽지 않은 일임은 알고 있지만 적극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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