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 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백주 대낮에 서울 강남에서 일어났다. 수술중인 수술실에 압수수색을 위해 경찰과 보험회사직원이 들어가 수술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툭하면 리베이트니 부당청구니 하는 이유로 환자의 권리 보호를 내세워 현지조사와 이중삼중의 처벌까지 서슴치 않는 복지부와 행정당국이 자칫하면 환자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면마취로 수술중인 의사의 수술중단 사태를 초래한 심각한 의료법위반사건에 대해 아무 말이 없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경찰, 보험회사직원과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포함된 10명이 수술실을 짓밟은 원인이 된 실손보험에 대해 알아봤다.
2005년 8월 치료비를 전액 보상하는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개인판매가 시작된 후 2008년 5월부터 생명보험회사도 의료비의 80%를 보장해주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을 내놨다.
당시 "실손보험이 환자의 본인부담금 보상으로 의료 이용량을 증가시켜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늘리므로 민영의보 보장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복지부의 주장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영의보 가입자의 의료 이용량이 비가입자보다 특별히 높지 않기 때문에, 민영의보가 공적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외의 연구보고서로 보험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보험금 타려고 일부러 암에 걸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일축했다. 2008년 5월 드디어 생명보험사들의 실손보험 판매가 시작돼 보험사의 새로운 수입 사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런 금융당국이 2009년 10월부터 고령화와 의료 이용량의 증가로 실손보험 손해율상승과 국민건강보험 재정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의료비 100% 보장상품을 없애 버렸다. 이 시기에 100%의료비 보장보험상품 가입이 마지막이라는 판촉활동으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엄청나게 늘어 당시 세계금융위기에 허덕이던 보험사에 효자노릇을 했지만 그 당시 많은 가입자로 인한 손해율증가로 현재는 보험료인상요인이 됐다.
국내 민간 의료보험시장은 약 17조원(2011년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32조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특히 실손형 보험(질병 치료비 본인부담금의 80-100%보상)은 2005년 6000억원에서 2011년 4조 5000억원으로 7배 정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입자의 폭발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보험사들이 실손 보험의 절판마켓팅을 3차례나 한 것은 보험 손해율 증가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령인구 증가로 인한 병원비 지출을 제대로 예상치 못하고 1-2년 마다 보험가입조건을 바꿨다는 결론이다.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한국 금융시장의 경쟁력이 올해 81위로 가나(52위)나 캄보디아(65위)보다 순위가 낮다. 우리나라 보험사의 자산운용이 장기국고채와 회사나 가계 대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 길거리 채권 장사나 사채업자수준이니 요즘 같은 초 저금리 시대에는 보험금운용이 제대로 될 수가 없으므로 마땅히 지급해야하는 환자의 치료비 내역까지 꼬투리를 잡고 급기야 공권력을 동원한 수술실 난입까지 자행했다.
질병 발생 시 치료비 부담 없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실손보험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보험사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국민보건향상에 몰두해야할 보건복지부까지 발벗고 나서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11년 10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개발원,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개인의료보험정책 협의체’를 만들어 민간의료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고 보험사의 손해율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고 모든 국민이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정책을 만들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건복지부가 사보험인 민간의료보험사 이익을 위한 일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2013년 9월경 열린 개인의료보험정책협의체 회의에서는 금융위가 보험업계를 위해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 재정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활용한 비급여 의료비의 지급 심사기능 강화를 요구했다.
실손보험 소비자의 권익을 우선시 하는 차원이라는 이유로 실손보험료 지급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으로 보장하지 못하지만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치료 억제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민간보험사의 비급여 관리를 심평원에 맡기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현재 3000만 명에 육박하는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큰 병이라도 걸리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비급여를 포함한 양질의 치료를 받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을 위한 일보다 민간보험회사의 수익을 걱정해서 노심초사한다면 차라리 내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운영예산은 국민의 세금이 아닌 민간보험회사에서 지원받아 운영하고 떳떳하게 민간보험사를 위한 보건복지부를 표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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