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나요법 논란에 대한 요점은 의과와 한방 직역 간 갈등이 아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보장성 확대 목록에 '추나요법'이 등장한 것을 놓고 한 재활의학과 개원의가 한 말이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몰기보다는 같은 의학으로서 '한의학'도 과학적 검증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추나요법 급여화에 찬성하며 "의과의 검증방식으로는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한의학 옹호 주장을 했다고 한다.
정부 측 역시 한방은 정밀한 데이터를 내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똑같은 '의학' 분야인데 앞에 '한'이라는 글자가 하나 더 붙는다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마저 다른 것은 이해가 힘든 부분이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추나요법 급여화를 주장하며 근거로 제출한 논문들은 그 수준이 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의협에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논문들이 무작위 추출 비교연구 등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택하지 않고 있다. 비용 효과성에 대한 심도 있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 역시 "추나요법에 대한 논문은 증례보고 수준"이라며 "안전성 및 유효성, 비용 효과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항목에 대한 급여화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추나요법 관련 논문들을 보면 대규모로 진행된 무작위 임상시험이나 이중맹검시험이 아니라 사례들을 모아 비교하거나 기존에 나왔던 연구들을 분석한 수준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 조차 현재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추나요법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내용의 논문을 2013년 '중국통합의학저널(Chinese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에 게재한 바 있다.
해당 논문은 현재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추나요법이 효과 있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향후 엄격하게 설계된 시험이 선행돼야지만 추나요법의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올해 SCI급 국제학술지인 '보완대체의학지(Complementary Therapies in Medicine)'에 실린 추나요법에 대한 연구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중국중의학연구원 연구진은 추나요법이 중국 마사지라고 표현하며 이 마사지가 본태성 고혈압에 효과가 있는지를 체계적 검토 및 메타분석을 통해 연구했다.
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이 실렸다고 해도 '추나'는 중국 마사지라고 표현되고 있으며 본태성 고혈압에 보조적 치료로 사용할 만하다는 빈약한 결론을 내리고 있어 과학적 근거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장성 강화 항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어김없이 한의학 얘기가 나온다. 한의학도 충분히 안전하고 유효하며, 비용 효과적이면 급여가 가능하다.
한의계는 '한의학은 민족의학'이라는 국민의 감성을 자극해 정치적으로 보장성 확대 목록에 편승하려는 것 보다는 과학적 검증을 거쳐서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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