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새로운 수장이 오는 20일 결정된다.
회장 후보 5명(임수흠, 추무진, 조인성, 이용민, 송후빈 등 기호 순)은 지난 한달 가까이 선거운동을 통해 전국을 발로 뛰며 지지를 호소했다.
11만 의사라는 거함을 책임질 선장은 회원들이 선택한 한 명이다.
후보들 모두 일치감치 잠룡으로 불리며 물밑에서 선거전을 준비해 왔다.
이들이 협상과 투쟁, 국회 입법 등 각기 다른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과거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수흠 후보의 경우,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재임 시절 소아청소년과 개명 관철을 진두지휘하면서 의료계에 이름을 알렸다.
임 후보는 장동익 의협 회장 탄핵 이후 들어선 주수호 집행부에 재무이사로 발탁된 후 상근부회장과 서울시의사회장을 역임하면서 대권에 다가섰다.
이용민 후보는 의약분업 사태 당시 민주의사회 뒤를 이어 출범한 의료개혁 민주화추진운동본부(의민추)에 입성하면서 의료계 투쟁 대열에 합류했다.
이 후보는 주수호 집행부에 이어 노환규 집행부 산파 역할을 담당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의협 회장 킹메이커로 평가받았다.
임수흠 후보와 이용민 후보는 주수호 집행부에서 한 배를 타며 의협을 이끌었다.
조인성 후보는 소아청소년과의사회 기획이사로 입문하면서 국회와 복지부 등 대관업무를 담당했다.
조 후보는 이를 토대로 경기도의사회장에 당선돼 시도의사회장단에 합류하면서 의협 집행부 견제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임수흠 후보가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시절 기자들에게 기획이사를 맡은 조인성 후보를 소개할 정도로 이들은 의사회를 이끌며 선후배로 동지애를 과시했다.
추무진 후보는 조인성 후보와 경기도의사회장 직선제 선거에서 경선으로 맞붙어 패배의 쓴 맛을 보면서 선의 경쟁을 벌였다.
추 후보는 노환규 회장 탄핵 이후 보궐선거에서 무혈입성으로 경쟁자를 누르고 의협 회장 자리에 올라 정부 규제에 대항하며 시도의사회장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송후빈 후보는 경만호 집행부와 노환규 집행부, 추무진 집행부 등 6년간 충남의사회장을 역임하며 시도의사회장으로 경륜을 쌓아왔다.
송 후보는 의협 집행부와 때로는 각을 세우고, 때로는 함께 주도하는 야성 기질을 발휘하며 의협 회장 예비후보로 점쳐졌다.
의협 회장 후보 5명은 의료계 변화 물결이라는 한 배에 동참한 큰 의미의 동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 의협 회장직을 놓고 소리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후보 캠프별로 얽혀있는 민주의사회와 의민추, 전의총 등 시대마다 등장한 의료계 개혁 세력이 '의협 회장 만들기'에 일조했으나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는 민초 의사들의 체념과 탄식이다.
의료계 한 중견 인사는 "의협 회장 후보 모두 노선이 다른 듯 보이나 과거를 반추해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누가 당선될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온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의협 회장 자리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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