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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만든 ‘무선 초음파진단기’ 대학병원도 ‘열광’

정희석
발행날짜: 2015-04-23 03:39:32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 “다양한 임상 적용…응급의료·교육용까지 활용”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와 모바일 무선 초음파진단기 'SONON'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중소병원 응급실에 만삭의 산모가 실려 왔다.

응급실 전임의는 DOA(Dead On Arrival) 상태였던 산모를 심폐소생술로 살리고 산부인과가 있는 대학병원 전원을 위해 119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구급차엔 보호자가 있었지만 부부 모두 정신지체로 정확한 상황 설명이 불가능했다.

생과 사가 갈리는 긴박한 상황, 전임의는 산모와 태아 둘 중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구급차 안에서 정작 환자한테 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많지 않았다.

대학병원 도착까지 20분 남짓. 그는 생각했다.

청진기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초음파진단기만 있어도 의사가 환자 상태를 더 빨리 파악해 발 빠른 응급처치가 가능할 텐데...

환자를 전원하고 병원에 돌아온 그에게 얼마 뒤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산모와 뱃속 아이 모두 사랑했던 남편이자 사랑했을 아빠를 다신 볼 수 없게 된 것.

휴대용 모바일 무선 초음파진단기 ‘SONON’(소논)은 의사 류정원 선생이 겪은 안타까운 경험을 모티브로 개발됐다.

의사이자 벤처기업가인 힐세리온(HEALCERION) 류정원 대표의 남다른 이력과 와이파이·3G·LTE 등 무선통신망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아이패드·태블릿PC에서 환자 초음파영상을 볼 수 있는 SONON에 대해 살펴봤다.

엔지니어로 출발…벤처 창업 거쳐 의사까지

류정원 대표는 서울대 자연과학부에서 물리학과 전자공학을 복수 전공했다.

대학생활 중 벤처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졸업 후 4·5년은 전자공학 분야 중 첨단학문에 속하는 소음제거·음성인식·이미지퀄리티제어 등 신호처리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학문적 갈증을 느낀 뒤 ‘생체신호’에 관심을 가졌고, 이는 뇌과학 공부를 위한 의대 진학을 꿈꾸게 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기회가 찾아왔다.

류 대표는 “2005년 가천대의학전문대학원 1기생으로 입학해 이곳에서 뇌과학 분야 세계적 석학 조장희 박사를 만났다”며 “학교 스승이자 서울대 전자공학과 대선배를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9년 의전원 졸업 후 2년 정도 한국의학연구소(KMI) 검진센터에서 의료현장 경험을 쌓았다.

또 의료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국경없는 의사회’ 파견 기회가 있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성사되진 못했다.

이후 1년 정도 2차병원 응급실에서 전임의로 일하다 2012년 2월 힐세리온을 창업해 의사이자 벤처기업가로 모바일 무선 초음파진단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모바일 무선 초음파진단기로 응급의료현장 빠른 대처

3년간 공을 들여 올 초부터 양산한 ‘SONON’은 복부전용 휴대용 무선 초음파진단기로 일반 응급환자, 내과 및 산부인과 환자에 특화돼있다.

의사가 본체에서 촬영한 초음파영상을 와이파이·3G·LTE 등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안드로이드·iOS 앱(APP)이 실행된 스마트폰·아이패드·태블릿PC·컴퓨터에서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주변 와이파이가 안 돼도 초음파 본체에 인터넷공유기(AP)기능을 내재해 무선 연결에 어려움이 없다.

앱을 통해 초음파 동영상 및 스틸 이미지를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장 및 전송까지도 자유롭다.

의사 가운 주머니에 들어가는 손바닥 크기 약 20cm 사이즈에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390g. 1회 충전으로 약 3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선이 존재하지 않는 무선 초음파진단기이기 때문에 수술방 등에 들어가기 위한 멸균 또한 필요 없다.

SONON은 응급실 근무시절 그가 경험했던, 최소한 초음파진단기가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의사의 사명감으로 만든 의료기기.

류정원 대표는 “응급의료현장에서 교통사고 환자들의 복부출혈은 초음파검사를 우선적으로 시행해야한다”며 “만약 의사들이 각자 초음파진단기를 갖고 있다면 적어도 환자 상태를 좀 더 빨리 파악해 빠른 응급처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제품 개발동기를 설명했다.

특히 “SONON은 119 구급차와 닥터헬기에서도 무선통신망 기반으로 실시간 초음파영상을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환자의 빠른 처치를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진료과서 활용…교육용 실습장비로도 ‘제격’

지난 16일 가천대 길병원은 힐세리온과 SONON 50대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길병원은 SONON 개발과정에 참여해 임상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제품 검토와 임상시험까지 전주기에 걸쳐 제품 상용화에 큰 역할을 수행했다.

병원이 의료기기업체와 협력해 제품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일은 흔하지만 상용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

그 제품이 국산 의료기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단순히 모교출신 의사 CEO를 도와주기 위한 대량구매였을까? 아니면 임상적 가치와 효용성을 판단해 도입했을까?

길병원은 50대 구매계약에 앞서 이미 응급의학·산부인과·소화기내과·심장내과 등에서 SONON 10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의료진들은 임상에 활용하면서 기존 초음파진단기와 비교연구는 물론 새로운 적용 가능성을 연구해 국내외 학회에도 발표할 예정이다.

길병원 뿐만이 아니다.

입소문을 타면서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용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류정원 대표는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모 교수는 중환자 관리차원에서 SONON을 활용해 환자의 복수 찬 걸 쉽게 볼 수 있고 큰 혈관을 잡을 때도 유용하다며 잘 쓰고 계신다”고 소개했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모 교수 역시 의사 가운 호주머니에 항상 SONON을 넣고 다닌다.

“대학병원 산부인과는 하이엔드급 초음파진단기도 많은데 굳이 SONON 쓸 일이 있느냐”고 묻는 류 대표에게 해당 교수는 “산모의 경우 해당 주마다 이뤄지는 정기검사는 큰 초음파장비로 보지만 중간에 병상 환자나 수시로 볼 수 없는 환자들을 볼 때 SONON이 매우 유용하다. 특히 레지던트 초음파교육에도 활용도가 높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재 SONON은 가천길병원 5개과를 비롯해 ▲서울대(호흡기내과) ▲고대구로(산부인과) ▲가톨릭성모(내과) ▲한림대동탄성심(영상의학과) ▲강원대병원(핵의학과)에서 도입했고, 중소병의원 3곳에서도 사용 중이다.

류 대표는 “지난해 식약처 허가에 이어 9월 유럽 CE인증을 획득했고, 올 초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며 “별다른 홍보 없이 의사들 입소문으로만 도입병원이 늘었고, 다양한 진료 과에서 사용하고 있어 활용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SONON은 진료뿐만 아니라 교육용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의대 또는 전공의 과정에서 초음파진단기 실습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

이는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교육 프로그램은 둘째 치고 몇 천만 원에서 몇 억 원에 달하는 초음파진단기를 진료가 아닌 교육용으로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우리나라도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초음파는 잘 나온 그림으로 하는 슬라이드 교육으론 한계가 있다”며 “최근 미국은 의대 시절부터 초음파진단기 교육을 ‘핸즈 온 코스’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천길병원이 이번에 구매 계약한 SONON 50대 중 일부는 바로 교육실습용 초음파장비로 활용된다.

실제로 최근 가천의대는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과 교수가 SONON을 이용해 초음파를 잡고 그 영상을 프로젝터와 학생들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진행한 초음파 시범교육을 실시했다.

류정원 대표는 “초음파진단기는 병원에 있는 고가장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의사 개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제2의 청진기·보이는 청진기’로 불리고 있다”며 “SONON은 장비 가격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교육용으로 충분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상초음파학회와도 교육 프로그램에 SONON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의료불균형 해소 ‘착한 초음파진단기’

SONON은 아프리카 등 의료취약지역 ‘모성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착한 초음파진단기’ 역할도 기대된다.

류정원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약 800명·연간 30만 명 정도가 출산과 관련한 모성사망으로 평균 1분 30초마다 1명씩 사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모성사망은 여러 질환에 의해 초래되지만 이중 자궁수축부전으로 인한 과다출혈 등 태반 관련 원인이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촉진이나 청진으로 알 수 없고 초음파진단기로 검사하면 태반 위치를 바로 진단해 모성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ONON은 태생적으로 부여 받은 공공성에 기반 한 ‘미션’을 이미 훌륭히 수행 중이다.

NGO단체 ‘아프리카미래재단’을 통해 SONON을 기부 받은 짐바브웨 한국인 의사는 얼마 전 방한해 “복부전용인 SONON이 심장 주변 초음파영상도 잘 보여준다”며 “아프리카에 결핵이 많이 돌면서 심장 주변에 물이 차는 결핵성 심내막염 환자가 많아 SONON으로 초음파영상을 보면서 치료하는데 효과가 좋다”고 류 대표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명성교회 재단이 에티오피아에 설립한 명성기독병원 김철수 병원장 역시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각종 여성질환 검사에 SONON을 요긴하게 사용 중이다.

류 대표는 “아프리카 등 의료취약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데 SONON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NGO 및 국제기구 등과 모자보건·모성사망과 연계된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힐세리온은 아직 작은 벤처기업이고 가진 것도 별로 없지만 SONON을 통해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의사들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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