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은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이며 인권이라는 큰 틀 안에서 건강권을 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2기 인천광역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아카데미는 지난 22일 인천시의료원 지하1층 대회의실에서 '인권과 건강, 그리고 공공보건의료' 강의를 진행했다.
이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중인 손정인 강사는 '건강권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의 건강권 논의'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손정인 박사는 건강권이 인권이라는 큰 틀 안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권은 다른 모든 가치보다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인간적 사회적 속성들에 우선권을 부여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인간이 어떤 공동체에서 한 인간으로 대접받기 위해 필요한 가치"라며 "세계인권선언에서는 인권을 기본적 권리, 사회적 권리, 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 권리로 구분하고 있는데 건강권은 경제적·사회적 권리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권을 이야기 하기 전에 인권이라는 큰 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과 인권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이 어렵다는 시각에 대한 반론도 펼쳤다.
손 박사는 "건강을 요구하는 법제화가 없다는 법적 문제, 모든 사람의 건강한 상태를 보장할 방법이 없다는 실현 가능성의 문제, 보건의료는 정책 결정과 입법이 가능하지만 모든 사람의 실제 건강 상태는 그렇지 않다는 정책 문제 등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인권을 동일시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건강은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인간적·사회적 속성이고 인간이 어떤 공동체에서 인간으로 대접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는 점에서 인권의 존재의의와 연관된다"며 "특히 존재, 삶, 공동체 등 큰 그림에서 이해, 인간 존재의 필요조건, 옳음의 문제, 건강의 사회적 모형 등 건강에 대한 인식 측면과 인구집단적 관점보다 권리 주체 초점, 국가 등 의무 주체 호명, 두 주체 관계 인식 등 주체적 측면에서 건강은 곧 인권이라는 틀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 12조를 근거로 건강권을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로 규정했다.
이 규약에선 '규약의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건강권에 대한 접근이 '목록'에 집중돼 있는 한계도 지목했다.
손 박사는 ▲건강권의 근거 규정 ▲건강권에 대한 해석 ▲건강권 목록, 건강권 작동 방식, 건강권 필수 요소, 의무주체 ▲건강에 대한 지표 ▲권리 주체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여기서 건강권 목록에는 ▲자연 환경 ▲일터 환경 ▲질병 예방 ▲치료 ▲관리 ▲보건 시설 ▲서비스 ▲영양 ▲주거 ▲식수 ▲위생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손 박사가 건강권을 언급한 문헌을 분석한 결과 건강권 목록을 언급한 비율이 무려 96%를 차지했다. 반면 건강권의 필수요소에 대한 언급은 27%, 건강권에 대한 지표를 언급한 비율은 3%에 불과했다.
그는 "건강권의 필수요소는 가용성, 접근성, 수용성, 질이다"며 "가용성은 제대로 기능하는 공공 보건 및 보건의료 시설,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프로그램이 국가 안에서 충분한 양으로 이용 가능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접근성은 보건시설과 물품 및 서비스가 모든 이에게 차별없이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용성은 모든 보건시설, 물품 및 서비스는 의료 윤리를 존중해야 하며 개인, 소수자, 민족 및 공동체의 문화를 존중하는 등 문화적으로 적절해야 하고 성(gender)과 생명주기의 필요에 민감해야 하고 비밀유지 존중 및 관련인의 건강 상태 개선을 위해 계획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마지막으로 질은 보건시설, 물품 및 서비스는 문화적으로 수용 가능해야 할 뿐 아니라 과학적 및 의학적으로 적절해야 하고 양질이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건강권의 의무주체인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건강권에 대한 국가의 의무는 첫째로 즉시 이행 의무와 점진적 의무로 구분할 수 있다"며 "즉시 이행 의무는 자원의 한계와 무관하게 즉시 이행해야 할 부분이고 점진적 의무는 국가의 자원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의 건강권 실현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전향적이고 지속적으로 취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번째는 존중할 의무, 보호할 의무, 충족시킬 의무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며 "존중할 의무는 국민의 건강권을 제한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저해하는 조치를 금지하는 것이고 보호할 의무는 국민의 건강권이 제삼자에 의해 침해당하지 않게 하는 것, 충족시킬 의무는 건강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적극적 조치를 뜻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서 건강권을 논함에 있어 지표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손 박사는 "분석 문헌 중 건강권 지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불과 3%만이 건강권 지표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며 "건강권 지표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1%, 건강권 지표의 구체적 목록은 1.5%만이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권 지표의 구체적 목록을 언급한 부분을 살펴보면 건강보장 사각지대 인구비율 등 사회권적 건강권 지표 등이 예시됐으며 여성 경험 중심의 재구성된 성병화된 세부지표, 건강권 관련 예산 측정과 분석 등이 예시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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