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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쿠싱병, 유일한 치료제는 그림의 떡"

이석준
발행날짜: 2015-12-14 05:15:20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성운 교수

환자 수가 적으면 치료제도 소수다. 제약사도 상업성에 의문을 갖는다. 쿠싱병도 그렇다. 이름 만큼 생소하다. 쓸 약도 마땅치 않고 국내 인구 5000만명 중 100명 정도만 이 질환을 앓고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제때 치료못하면 코르티솔 과다분비로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는 무서운 질환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 치료 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손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유일하게 쿠싱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게다가 효과 좋은 약제가 있지만 몇 년째 비급여여서다. 사실상 쓸 수 없다는 뜻이다.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성운 교수를 만나 국내 쿠싱병 치료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쿠싱병, 얼마나 희귀한 병인가.

쿠싱병은 인구 100만명 당 1명 미만에서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국내는 전국 90개 센터에서 현재까지 100명이 조금 넘는 환자가 등록했다. 한국 인구 5000만명 중 100명이라는 것은 매우 희귀한 질병임을 의미한다.

쿠싱병(Cushing’s Disease)은 쿠싱증후군 중에서도 그 원인이 뇌하수체 종양일 경우를 의미한다. 즉, 뇌하수체에 혹이 생기면 부신피질의 코르티솔 생성을 자극하는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AdrenoCorticoTropic Hormone, ACTH)’이 많이 나오는 쿠싱병이 된다.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은 부신에서 코르티솔(cortisol) 분비량이 많아져 생긴 질병을 총칭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약물 치료는 경구약과 주사제가 있다. 약물마다 차단(block)하는 호르몬이 다르다. 뇌하수체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과 코르티솔 억제 약물은 따로 있다. 그러나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쿠싱병 치료제는 없다.

허가받은 약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바티스에서 쿠싱병 치료를 위해 ‘파시레오타이드(상품명 시그니포)'라는 주사제를 개발했다. 이 약은 2006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지(NEJM)에 실린 대규모 3상 임상연구를 근거로 지난 2013년 국내 허가를 받았다.

'파시레오타이드'는 1일 2회 또는 1달 1회 투여 용법이 있었는데, 국내는 하루에 두 번 맞는 주사제만 들어왔다. 다만 아직 급여를 받지 못해 국내는 '파시레오타이드'를 일반 환자에게 사용하지 못한다. 희귀질환 환자를 돕기 위해 임상에 등록된 환자 2명에게만 쓰고 있다.

문제는 2명의 환자도 못 쓸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임상 연구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회사 측에 강력히 요청해 한국만 지원을 1년 연장해주게 됐다.

임상에서 파시레오타이드가 쿠싱병에 보여준 결과는 어땠나.

연구에서 600mg, 900mg 두 가지 용량을 사용했는데 투여 후 코르티솔이 확연하게 감소했다. 혈압도 떨어지고 심지어 당뇨병도 없어졌다. 종양 사이즈도 줄었다. NEJM에 게재된 데이터로 믿을만하다. 장기간 효과 지속성 데이터도 있다. 독일 뮌헨 메트로폴리탄에 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연구기간은 약 5년이다.

파시레오타이드가 인슐린과 인크레틴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파시레오타이드나 란레오타이드(lanreotide), 옥트레오타이드(octreotide) 모두 소마토스타틴 유도체(somatostatin analogues, SSA)다. SSA는 인슐린 등 모든 펩타이드 호르몬을 막는다. 따라서 파시레오타이드의 가장 큰 부작용은 당뇨병 악화다. 심하지는 않지만, 국내 임상연구 진행 중 당뇨병성 케토산혈증이 한 건 발생해 보고한 적이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했다.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는 다섯 가지 하위 형태(sst1-sst5)로 구분된다. 파시레오타이드는 그 중 1, 2, 3, 5번을 차단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옥트레오타이드와 란레오타이드는 2번만 막을 수 있다.

쿠싱병을 유발하는 ACTH 분비 뇌하수체 종양은 5번에서의 발현과 가장 관련이 많다. 당연히 '파시레오타이드'를 쓰면 약이 잘 듣고 옥트레오타이드는 잘 안 듣는다. '파시레오타이드'를 특효약, 쿠싱병 표적치료제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런 약을 국내는 환자들을 위해 쓸 수 없다. .

글로벌에서 파시레오타이드는 활발하게 쓰이고 있나.

전 세계적으로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해외와 국내에서 쿠싱병 진단 및 치료 임상 가이드라인 차이는 파시레오타이드 사용 여부로 보면 되는가.

그렇다. 국내는 진단은 하지만 치료 도구(약제)가 없는 상황이다. 답답할 뿐이다.

국내에서 쿠싱병 수술 후 파시레오타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약제가 있는가.

없다. 아무것도 쓸 수 없다. 할 수 없이 지켜 봐야만 한다. 고혈압 및 당뇨 등 동반 질환만을 치료할 수 있다.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된다. 쿠싱병 근본적인 치료법은 현재로서 '파시레오타이드' 뿐이다. 이를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

파시레오타이드 치료 후에도 잔류 종양이 발견되거나 재발하는 경우도 있나

임상에서 재발은 없었다. 약물 치료는 혹 사이즈를 30~50% 줄인다. 이는 재발과는 다르다. 쿠싱병 치료제의 불편한 점은 약물 투여 시에만 ACTH가 억제되고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올라간다는 것이다. ACTH를 계속해서 조절하려면 약을 평생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종양 크기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치료 중단시 혹의 크기가 유지되는가.

혹이 다시 커진 사례는 없었다. 줄어든 상태가 유지는 된다. 약으로 종양을 줄이는 효과를 ‘세포자멸’이라 하는데, 이는 섬유화와 비슷한 현상으로 해당 부분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따라서 약을 추가로 투여하지 않아도 종양이 커질 가능성이 낮다.

파시레오타이드 3상 임상에서 평균적으로 얼마만에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했는가.

정확한 용법 사용시 보통 3개월이면 감소한다. 빠르면 1개월도 가능하다. 하루에 두 번 맞는 경우 보통 3~6개월 사이로 보면 된다. 그러나 한 달 한번 투여하는 용법은 미국 저널에서도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

최근 쿠싱병 조기 진단 툴이 크게 개선됐다.

쿠싱병은 굉장히 심각한 질환이다. 부신에서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쿠싱병은 다섯 가지 특징적 증상(cardinal signs)을 동반하는데 비만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제일 먼저 고혈압과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며, 전해질 중 칼륨이 떨어지는 저칼륨혈증이 발생하고 복부 비만이 생긴다. 마지막은 골다공증이다. 다섯 가지 특징적 증상이 모두 다 발견되고 특히 비만이라면 쿠싱병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쿠싱병 진단 시일이 7일에서 2일로 개정됐다. 문제는 진단해도 쓸 수 있는 약제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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