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진료 시간이 끝난 이후, 응급실을 찾는 경증 소아 환자를 위해 의사가 시간 외 진료를 해야 한다면?

보건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를 개선하고자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소아 야간 휴일 진료체계'를 주제로 용역 연구발표 및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하지만 제도를 이끌어 나가는 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반쪽 토론회로 끝을 맺어야 했다.

당초 복지부는 토론회를 계획하며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두 곳 모두 불참했다. 참석키로 했던 전국아동병원협의회도 토론회 당일 나오지 않았다.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달빛어린이병원은 정부가 주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먼저 시작돼 발굴된 사업"이라며 "행정가가 주도해 만들어진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책적 방향을 찾기 위한 자린데 소청과의사회, 소아과학회도 자리 하지 못해 아쉽다"며 "아동병원협의회는 오는 줄 알았더니 그마저도 참석 못해 상당히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또 "수가 등을 건의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비롯해 환자, 소비자 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내내 참석자들은 소청과 의사들의 불참에 대한 아쉬움을 늘어놓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소청과의 반대로 희미해지고 있다"며 "비판도 좋고 항의도 좋은데 이런 토론회 등에 참여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적어도 피켓 시위는 할 줄 알았는데 소청과 의사들이 자리하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해서 공론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는 개원의가 참여하기 어렵게 돼 있다"며 "이런 부분을 소청과 개원의도 참여해서 얘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대한응급의학회 김인병 정책이사도 "응급실을 찾는 소아 경증환자 문제를 주로 해결해줘야 하는 소청과와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토론회에 오기 전 소청과 의사들의 의견도 청취했고 항의도 받았는데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뭐냐고 이야기했지만 답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환자 본인부담금 인상, 당번제 등 대안 다양

그렇다면 이 날 토론회에서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방안들이 나왔을까.

복지부 연구용역을 진행한 서울대병원 곽영호 교수팀은 달빛어린이병원의 확장된 개념인 시간 외 진료(AHC) 서비스 개념을 갖고 왔다. 정해진 외래 진료 시간 이외의 시간에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곽 교수는 "처음에는 연구 제목도 달빛어린이병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수준이었는데 연구를 하다 보니 개념이 확장됐다"며 "우선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조합형, 공동 운영형, 병원형 등 다양한 형태의 AHC 서비스를 용인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결국 수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진료 장소와 진료비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정책적 지원과 함께 시간 외 진료 수가를 별도로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곽 교수팀의 연구용역 결과를 활용해 5가지의 확대 방안을 제시해 달빛병원 이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5가지 방안은 ▲환자 본인부담금 3000~8000원 인상 ▲지역 병원 당번제 ▲가정의학과, 내과로 소아진료 확대 ▲중소병원의 소아전용 응급실 운영 ▲야간휴일 소아진료 관련 전화 의료 상담 등이다.

설문조사 결과 지역 병원 당번제, 중소병원 소아전용 응급실 운영 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찬성했다. 반면 타과로의 소아진료 확대 방안의 찬성률은 22%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전화 의료 상담에 긍정적 답변을 했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보건소를 활용한 지역의사 당번제를 제시했다.

안 대표는 "지역 소청과 의사들이 당번을 정해 밤 8시부터 자정까지 보건소에서 진료하도록 하고 진료 수익은 의사가 갖고 갈 수 있도록 하거나 진료한 만큼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병 정책이사는 궁극적으로 소청과 개원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119 상담 센터의 활성화도 주장했다.

그는 우선 "달빛어린이병원을 응급실 과밀화 해소 방안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시간 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전제를 놓고 사업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미 병의원 안내와 병에 대한 중증도 판단은 119로 전화하면 상담받을 수 있다"며 "소아 경증 환자 분산을 위해 119 응급의료전화 상담을 질적, 양적 확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가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김 이사는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밤에 의원 문을 열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병원을 몇 개 지정하니 반발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본인부담금 인상을 3000~5000원 수준으로 얘기하는데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달빛어린이병원 확대 의지 재확인 "선지정 후지원"

토론자들의 의견을 모두 들은 복지부 임호근 응급의료과장은 달빛어린이병원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지정 병원에 지원을 더 늘리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임 과장은 "장기적으로 지역의사회만 동의해 준다면 보건소에서 당번 진료 등은 환영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도 재정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현재도 밤 8시 이후 6세 미만 소아환자를 진료하면 수가를 100% 가산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8시 이후 소청과 의사들이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간 진료를 유인과 수가와 연관도가 높은지는 판단해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야간 진료 기관을 먼저 지정한 후 지원을 할 수 있는 정책적 연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