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의된 의사 가운 외부착용 제한 법안 발의를 바라보는 모 의사의 웃지 못할 하소연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영등포구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은 의사 가운과 수술복 등을 의료기관 밖에서 착용해 이동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했다.
신경민 의원실은 "최근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의료기관 밖에서 의사 가운과 수술복, 진료복 등을 입고 식당이나 카페에 출입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어 메르스 사태 등 병원 안팎에서 감염 예방을 간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가운 외부 착용 제한 강제화에 강력 반발하는 분위기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가 가운을 입은 채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과정에서 심각한 감염 우려가 있다면 이미 병원은 물론 사회가 감염병으로 초토화됐을 것"이라며 "가운을 입고 의료기관 밖을 나서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의사는 "대학병원 로비만 해도 수백 수천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있다. 법안의 취지를 따르자면 이들 역시 겉옷을 보관하고 병원에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느냐"며 "법안의 배경대로라면 이로 인해 이미 상당한 감염 사태가 벌어졌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이를 의사 가운으로 규제하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대한의원협회는 의사 가운 착용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지금까지 의사가 외부에서 입었던 가운이 감염률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가운을 밖에 입고 나가서 감염을 일으켰다거나 외부에서 새 균을 얻어와 원내 감염이 증가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다면 굳이 법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의료인들이 환자와 공중보건을 위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용선 회장은 "그러나 해당 법안은 가운과 감염 사이의 상관관계와 관련한 명백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추론만으로 가운 착용을 법으로 금지시키려는 것은 명백한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으로, 누구보다 지극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입법을 추진해야 할 분"이라며 "이런 분이 추론만으로 다소 황당한 법안을 추진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해당 개정법률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 관계자는 "법안 발의의 취지는 이해한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과 의사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감염관리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그러나 가운을 입고 식당을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부 연구에서는 가운보다 넥타이에 균이 더 많다는 보고 있다. 그렇다면 나중에는 넥타이도 착용을 제한할 것인가"라며 "감염관리는 의료 전문가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가운 외부 착용을 법으로 제정해 막는다는 것은 과도하다"며 "의협은 해당 법안 발의에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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