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첫날 의료기기업계는 의사 강연료·자문료 지급, 국내외 학술대회 지원, 공직자 식사 제공 등 법 적용 및 해석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황휘)가 법무법인 김앤장과 함께 28일 리버사이드호텔에서 개최한 '의료기기업계가 알아야 할 청탁금지법 설명회'에는 400명이 넘는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앤장 박완빈·이우진·강인제 변호사는 의료기기업계와 관련된 청탁금지법 적용 여부 등 주요 사례를 Q&A로 풀어 설명했다.
설명회에서 소개된 주요 사례들을 질문과 답변 형태로 정리해 소개한다.
Q: A회사에서 RA(인허가)업무를 담당하는 직원B는 신제품 출시일정을 맞추기 위해 식약처 담당 공무원에게 자사 치료재료에 대해 일반적인 허가심사 기간보다 빨리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경우 청탁금지법상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나.
A: 부정한 청탁은 법령을 위반한 행위 또는 직무상 직위를 남용한 행위여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법정기한 내 업무처리 요구를 부정한 청탁으로 보지 않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 경우 품목허가 심사기간과 관련해 심사기간 내 심사를 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러한 사정만으로 부정한 청탁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재량을 남용하는 취지의 청탁, 다른 업체 허가를 뒤로 미루고 본인 제품을 먼저 해달라거나 보완 요청 같은 필요한 절차를 피해달라는 요청은 부정청탁으로 청탁방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Q: A회사 영업사원 B는 자신이 담당하는 사립대 대학병원을 상대로 단일기관 제품설명회를 개최하고 대학병원 소속 의사(사립대 교수)에게 10만원 이하 식음료와 1만원 이하 기념품을 제공했다.
A: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예외사유는 청탁금지법 사항에서도 허용되는 행위로 본다.
따라서 10만원 이하 식음료와 1만원 이하 기념품 제공은 청탁금지법상 허용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Q: 제품설명회를 진행하는 경우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의사에게 15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면서 회사가 10만원을 부담하고 보건의료전문가가 남은 금액을 지불하면 청탁금지법상 적법한가.
A: 청탁금지법은 기본적으로 실제로 받은 경제적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10만원을 경제적 이익으로 본다면 의료기기법상 허용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상 규정 위반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의료기기법상 식대는 명시적으로 10만원까지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15만원의 식사를 제공한 것이 위법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할 문제다.
또한 청탁금지법상 의료인에게 식대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형식을 허용할지는 의문이다.
Q: 회사 RA 담당자 A·B·C는 품목을 나눠 담당하는데 A·B·C가 돌아가면서 식약처 관련 부서 공무원에게 금품 등을 제공했다.
이들이 제공한 금품 등을 합산하면 회계연도 기준으로 300만원을 넘는다.
A: 사실상 이익을 제공한 주체는 회사로 보기 때문에 당연히 합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금품 제공 행위자가 직원들이다.
직원들이 각자 회사를 위해 이익을 제공한 구조이기 때문에 합산할 수 있는지 법리적으로 따져볼 필요성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우 실질적으로 금품을 받은 사람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제공자 역시 처벌이 가능하다. 또 회사 역시 양벌규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
Q: A회사 의학부서 직원 B는 학술교류를 위해 모임에 나갔다가 참석자 중 C가 정부위원회 위원인 사실을 알지 못하고 금품 등을 제공했다.
A: 이 경우 금품 등의 제공 금액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 100만원을 초과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100만원 이하라면 과태료 대상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이익을 제공한 사람이 사전에 공직자에 해당하는지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따라서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청탁금지법상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원활한 직무수행 목적에서 제공 가능한 음식물 3만원의 가액에 부가세가 포함되는가. 또 선물 5만원에는 택배비가 포함되는가.
A: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상 금액 기준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제세공과금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는 비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직무수행에서의 음식물 3만원은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이어야 한다.
다만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서 제품설명회에서 제공 가능한 식대는 부가가치세와 별도로 10만원까지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 법령에 의해 인정되는 예외로 판단, 청탁금지법에서도 부가가치세와 별도로 10만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해석된다.
택배비의 경우도 권익위는 원칙적으로 (제공자가 부담하는) 택배비를 받는 사람의 수령 편의, 즉 받는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제공되는 이익으로 본다.
때문에 선물 5만원에는 부대비용인 택배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택배비까지 선물 가격에 포함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선물 가액에 택배비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Q: 의료기기 제품설명회에서 10인의 HCP(Healthcare Professional·보건의료인)를 초청해 3만원의 음식물을 제공했고 호텔 대관료는 90만원이었다.
이 경우 대관료는 접대비로 산정하지 않아도 되나.
A: 실질적으로 대관료 부분이 의료인이나 공직자에게 제공된 이익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대관료를 높임으로써 식대를 낮출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장소의 경우 대관료 역시 경제적 이익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다만 대관료가 어떤 방을 빌리기 위한 단순 비용이나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한 기기 사용 비용으로서 식대와 무관하게 설정됐다면 대관료는 사실상 제품설명회 또는 회사 행사 목적을 위해 회사가 누리는 이익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이 경우 대관료를 의료인 또는 공직자에게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대관료는 접대비로 산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
Q: 미국회사 본사에서 한국 HCP를 초빙해 여행 관련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금품 등 수수 100만원 한도에 적용받는지.
A: 두 가지 이슈로 봐야 한다. 첫 번째는 미국 회사 임직원에 대해 청탁금지법이 적용될 수 있느냐, 두 번째는 미국 회사 행위가 한국 지사 행위로 귀속돼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없느냐를 따져봐야 할 문제다.
청탁금지법은 일반적인 형법규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외국인이 외국에서 행한 행위가 한국인에 대한 것이라면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한국 지사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한국 지사가 의료인의 선정, 행사 개최와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되면 형법상 돈을 지급한 주체가 아니더라도 미국회사와 함께 행위를 한 것으로 규정돼 처벌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미국회사 본사에서 지급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청탁금지법이 적용된다.
다만 이런 행위가 외국에서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외국인 회사의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은 가능하다.
Q: 의료기기 GMP 현장심사를 위해 미국 공장에 식약처 직원(공직자), 화학시험연구원 직원(민간단체), 업체 직원이 함께 방문했다.
심사는 5일 동안 진행됐는데 심사를 받는 동안 점심으로 공장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했다.
또 하루 심사가 끝나면 심사자와 업체 직원이 매일 저녁을 함께 먹었으며 계산은 업체 직원이 했다.
이 경우 GMP 현장심사를 공식적인 행사 또는 원활한 직무수행으로 볼 수 있는가.
또 공식적인 행사 또는 원활한 직무수행으로 볼 경우 공장에서 제공한 점심과 인당 3만원 상당의 저녁비용 제공은 김영란법 위반인가.
A: 권익위는 공직자의 원활한 직무수행을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행사의 목적,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행사인지, 공식적인 초청에 해당되는지, 참석 대상을 지나치게 특정하거나 한정하는 경우 공식적인 행사로 보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GMP 현장심사는 금품 등 수수 금지 예외 조항으로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6호(공무원의 직무 관련 공식적인 행사에서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의 금품 등)에 해당되기 어려울 것 같다.
원칙적으로 권익위는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평가를 받는 소속기관이 공짜로 제공하는 식대를 불허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권익위 입장에서 본다면 GMP 현장심사는 청탁금지법 제8조 3항 2호(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부조의 목적 음식물·경조사비·선물)건 6호건 예외로 허용되지 않는다.
Q: 자문료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상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 보건의료인이 제공하는 자문서비스에 기해 의료기기업계 공정경쟁규약을 준수해 제공하는 자문료는 정당한 권원에 기한 지급으로 볼 수 있는가.
A: 자문료와 관련해 계약을 체결해야하고 실질적인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기존 공정거래규약에 따른 자문료를 지급한다면 청탁금지법상 허용될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Q: 판촉목적의 경제적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의료기기법과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상충될 경우 어느 법을 우선해 적용받게 되는가.
아니면 두 가지 법 모두를 가지고 처벌받게 되는가.
A: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에는 김영란법 적용이 아니라 뇌물죄·배임수재죄가 적용되는 형법으로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된다.
다만 의료기기업체와 관련된 사건은 당연히 먼저 의료기기법상에서 문제가 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의료기기법·형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한꺼번에 기소를 할 수도 있지만 이중 가장 중한 죄나 처벌 수준이 높은 죄를 기준으로 법을 적용해 처벌하게 된다.
Q: 공직자인 보건의료인(학회장·학회 임원)의 요청·요구·강제에 의해 의학단체·학회 등을 지원하는 경우 단체 지원으로 보고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인지 아니면 부정청탁으로 볼 수도 있는지.
A: 실제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주체가 보건의료인 개인인지 아니면 단체인지에 따라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달라진다.
의료인 개인이나 의료기관에 제공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의료기기법 적용이 가능하고 의료인 개인에게 제공된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의료인들로 구성된 단체에 제공된 경우라면 소속 의료인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사실 처벌하기가 어렵다.
이때 의료인 단체는 단체로서의 요건, 즉 대표자가 정해져있고 정관을 통해 조직이 구성됐는지 여부 등 어느 정도 단체로서 영속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권익위는 단체에 제공되는 금품과 관련해 단체 뒤에 숨은 특정 개인이 있다면 해당 개인에게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정 개인이 강력한 영향력으로 학회에 대한 금전적 지원·기부·학술대회 운영지원 등을 요청한 경우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국내 학술단체 및 학회를 보면 사실 저명한 키닥터가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꽤 있다.
권익위는 단체 뒤에 숨어 있는 개인을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Q: 국공립병원 의사에게 1시간 강연을 의뢰했는데 강연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지만 예정보다 일찍 마쳐 40분을 진행하고 종료한 경우 1시간 기준 강연료를 지급할 수 있는가.
또 강연료 산정기준이 되는 강연시간에는 해당 강연자가 진행하는 Q&A 시간도 포함되는지.
A: 의료기기업체는 강연자가 40분 진행하고 종료할 경우 1시간 기준 강연료를 지급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권익위는 이런 경우 예를 들어 1시간에 강연료가 30만원이라면 40분을 했을 경우 20만원만 지급하라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의료기기업체는 기존 공정거래규약에 맞춰 강연료를 지급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Q&A 시간은 강연시간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Q: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보건의료전문가와 해당되지 않는 보건의료전문가에게 같은 행사에서 복수 강연자로 강연을 의뢰한 경우 지위에 따라 강연료를 차등지급해야하는지.
또 강연 또는 토론회에 참석하는 좌장에게도 강연료 지급이 허용되는지.
A: 당연히 지위에 따라 강연료를 차등지급할 수 있다.
좌장에게 강연료 지급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좌장이 강연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사실상 판단되면 강연료 지급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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