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
종합병원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사실상 의료진도 24시간 일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당직 시스템을 만들어 정규근무 시간 외에는 당직 의사를 제외한 의사들이 퇴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인턴도 똑같이 당직 시스템을 이용하여 24시간 체재의 일원이 된다.
'퐁!당!' '퐁!퐁!당!' '퐁!당!당!'
보통 2일에 한 번 혹은 3일에 한 번 당직을 서는데 2일에 한 번 당직일 경우에는 '퐁당'이고 3일에 한 번 당직을 서면 '퐁퐁당'이 된다.
'퐁'은 퇴근하는 날, '당'은 당직을 서는 날로 구분한다.
아마도 당직의 앞 글자 '당'과 어울리는 '퐁'을 누군가가 고안한 듯하다. 그 외에도 '퐁'을 '오프'라고도 한다.
인턴 근무 중 병동잡은 검사가 필요할 때마다 콜을 받고 가서 해결하는 형태다.
채혈 검사나 복수천자, 관장, 동의서 설명, 드레싱 등 일이 발생할 때마다 콜이 온다.
과거에는 의사들이 삐삐를 들고 다녀 삐삐에 병동 전화번호가 뜨면 해당 병동에 전화해서 필요한 업무를 확인했다. 그래서 삐삐가 의사의 상징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이 일상화되면서 병원 풍경도 바뀌었다. '콜폰'이라 하여 병원에서만 사용 가능한 휴대폰을 의사들이 들고 다닌다.
근무 중에는 콜폰을 켜두고 오프일 때는 꺼둘 때가 많다. 당직 때 콜폰을 계속 켜두기 때문에 '온on'이라고 표현하고 아닐 때는 '오프off'라고 하는 것은 아닐지.
오프일 때 인턴은 자유 시간을 갖는다.
일반 직장인에게 출퇴근은 당연한 근무 형태지만 인턴은 조금 다르다.
오프일 때는 퇴근이 아니라 병원에서 잠시 풀려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에게 오프는 근무 중 겪었던 일이나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시간이었다.
'인턴에게는 오프가 소중하다'라는 말은 늘 시키는 일만 하는 인턴이 나름 스스로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을 의미하기에 나온 건 아니었을까?
[6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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