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집중심사, 수술 대신 비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척추 관절 수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척추수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은 상황 속에서도 14년이 넘도록 꿋꿋이 척추관절 수술을 표방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병원이 있다. 나누리병원이 그 주인공이다.
"비급여 수술 가장 적게 하는 병원 자신"
현재 나누리병원은 강남을 비롯해 서울 강서, 인천 부평과 주안, 경기도 수원 영통 등 5곳이 이름을 함께 쓰고 있다.
나누리 서울병원 임재현 원장(54)은 '나누리'라는 이름을 직접 지었다.
"나눈다는 개념이 divide가 아니라 share에 가깝다. 환자와 고통을 나누고, 직원과 성장과정 및 결실을 나누며, 사회와 나누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만 살자고 하면 도태된다. 같이 살고 나눠야 병원이 오래간다."
임 원장은 현재 장일태 이사장과 함께 나누리병원 개원 멤버다.
"규모가 있어야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의원보다 병원 개원을 목표로 했다. 가장 이상적인 병원 개원이라면 땅을 사서 건물을 짓는 것이겠지만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다. 오피스 건물을 병원으로 리모델링 하는 차선책을 선택했다. 공사만 10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90여 베드로 처음 문을 연 나누리병원은 "정통 척추수술을 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2003년 처음 문을 열 때는 척추관절 수술 태동기였다. 척추관절 수술 병원들이 속속 생겨나던 때였고 나누리병원도 그중 하나였다. 신경성형술 등 비급여 수술이 많았는데 검증받은 정통 수술을 하는 척추관절 병원을 만들고 싶었다."
실제 나누리병원은 당시 유행했던 신경성형술, 레이저 수술, 고주파 수술 등을 삼갔다. 척추변형유합술 등 학술적으로 인정받고 수십년간 정립된 수술을 고집했다.
그렇다고 저수가 현실에서 비급여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는 부분. 다만 원칙은 철저히 고수한다. 그럼에도 척추수술에 대한 정부의 감시 즉, 삭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진단, 검사 등을 포함하면 비급여 비중이 아무래도 높지만 수술에 있어서 만큼은 비급여 수술을 가장 적게 하는 병원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환자마다 상황이 다른데 보존 치료를 우선하는 심사기준 때문에 심평원을 직접 찾아 설전을 벌인 적도 있다. 수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삭감되더라도 치료할 건 한다."
신의 한 수는 '운동치료'…"병원 성장 동력"
그렇다고 원칙만 고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것을 바로 적용하는 과감한 결단도 더한다. 운동치료 도입이 바로 그것.
임재현 원장은 2002년 미국 플로리다 대학 운동과학센터(center for exercise science)에서 척추재활치료에 대한 자격을 딴 후 이를 나누리병원에서 적용했다.
임 원장에 따르면 척추관절 수술 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예후도 좋지 않고, 회복도 느리다. 수술 후 재발이 잘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수술 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임 원장을 말했다.
"운동치료사 연수 프로그램을 직접 이수한 후 운동치료를 병원 개원 초기 도입했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수술 후 회복도 잘 되는 데다 척추관절 부상을 예방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개원 초기 병원 성장의 동력이 됐다."
나누리병원은 현재 별도의 법인 형태로 별관에 '메디컬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운동치료사 5명이 척추 및 관절 재활운동을 비롯해 부위별 맞춤 운동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척추내시경 치료센터를 개소하며 척추내시경 치료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결단과 일맥상통한다. 대신 내시경 수술에 대한 내외부적 검증을 충분히 거친 후 내린 결정이다.
센터를 개소하며 척추내시경 시술을 본격화하는 것과 동시에 학술적 연구를 위한 척추내시경 심포지엄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외국 의료진에게 척추내시경 치료 노하우까지 전수하고 있다.
"병원 유지, 발전하려면 제도권 속에서 가야"
임 원장은 환자의 신뢰를 위해서라면 정부 정책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누리병원은 현재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이다. 의료기관인증평가도 받았으며, 최근에는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평가에도 신청서를 냈다. 병상까지 줄여가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하고 있다.
"병원이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하려면 제도권 속에서 가야 한다. 사이드로 가게 되면 수명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평가에 참여하는 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더라.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는 데다 안전사고가 눈에 띄게 없어졌다."
임재현 원장은 병원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경영진의 마인드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나누리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1년에 한 번씩 주임급 이상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해 체육대회도 열고 있다.
현재 나누리병원에는 약 200명의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펠로우 과정을 거치고 스태프, 부장까지 진급해 최근 병원장까지 되는 의사도 탄생했다.
"앞으로 은퇴를 하게 되더라도 나누리병원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병원 경영진의 마인드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병원이 계속 굴러갈 수 있는 토대다. 병원 경영진의 마인드를 직원과 공유하기 위한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임 원장은 척추관절 수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았고, 척추관절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지만 희망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동안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도태된 병원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시장은 항상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고령 환자에 대한 치료 노하우를 쌓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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