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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 장치 제거료 무더기 환수 통보에 산부인과 발끈

박양명
발행날짜: 2017-06-24 05:30:55

"루프 시술 당시 비급여 여부 확인 못 해…계도 먼저 아닌가"

피임 시술 중 하나인 자궁 내 장치기구를 제거할 때 제거료를 놓고 건강보험공단이 무차별 환수 통보를 하고 있어 산부인과 의사들이 발끈하고 있다.

23일 산부인과 개원가에 따르면 경상남도 지역 산부인과 의원들이 최근 자궁내장치제거료 산정기준을 위반했다며 요양급여비 환수예정 통보서를 받고 있다.

경남 A산부인과 원장은 "13년 동안 개원하면서 자궁 내 장치를 제거할 때 한 번도 비급여로 받은 적이 없었다"며 "비급여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건보공단은 2011년 고시를 근거로 들면서 요양급여비를 환수해 간다니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남 B산부인과 원장은 "자궁내 장치 기구 제거는 10년 동안 급여 청구해왔다"며 "보험으로 시술한 장치만 제거했을 때 급여 청구가 가능하다는데, 다른데서 설치술을 받은 환자가 왔을 때는 그 환자가 어떤 형태로 돈을 냈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011년에 고시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고시가 바뀐 줄도 몰랐다"며 "지금이 2017년인데 한 번의 계도도 없이 몇 년간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수백만원의 비용을 환수 조치를 하면서 선심 쓴다는 듯이 3년 치만 환수한다고 하면 고마워해야 할 일인가"라고 허탈해 했다.

건보공단은 2011년 5월부터 시행된 자궁내장치제거료 고시를 근거로 들고 있다.

피임 시술 요양급여 대상자가 자궁 내 장치기구를 교체하기 위해 이미 유치된 자궁내장치를 제거하고 새기구를 재삽입할 때 자궁내장치 제거료를 50% 산정한다.

다만 본인이 원해 자궁내장치삽입술을 시술받고 동 장치를 교체하기 위해 자궁내장치를 제거하고 재삽입하는 경우는 관련 진찰료 및 시술료 등은 비급여 대상이다.

즉, 급여로 자궁 내 장치 삽입술을 받은 환자에 대해 장 치제거술을 했을 때만 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게 건보공단의 논리다.

급여로 했을 때 자궁내장치 제거료는 실이 보이는지에 따라 최소 약 1만4000원에서 최대 약 10만4000원이다. 새기구를 재삽입할 때 자궁내장치 제거료는 반값이 된다.

(기존)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기철 보험부회장은 "루프라고 불리는 자궁내장치 시술을 한 환자가 처음 시술을 할 때 급여로 했는지 비급여로 했는지 제거술을 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급여로 받아야 할 것으로 급여로 받았다고 삭감한다는 소린데 급여 심사는 심평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미리 경고를 준다는 등 계도가 선행돼야 하는데 무작정 삭감 조치부터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건보공단의 환수 통보가 잇따르자 최근 시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자궁 내 장치 제거 시 환자 요청으로 장치를 제거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치로 인한 출혈 등의 부작용, 임신 준비를 위한 제거, 자궁내막증식이나 자궁내악성종양으로 인한 제거 등은 치료를 위한 행위"라며 "이는 급여로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세한 검토 없이 일괄적으로 무더기 환수를 통보한 후 따로 이의신청을 하라는 답변을 하는 것은 자기편의 주의적인 공무집행이며 안이한 업무처리"라고 꼬집었다.

착오청구를 계도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담았다.

산부인과의사회는 "2011년 5월에 시행된 고시로 많은 의료기관에서 잘못된 청구를 하고 있었다면 계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제 와서 3년 치 청구분을 무더기로 환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에도 건보공단의 일련의 움직임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건보공단은 자궁내장치 제거료에 대한 환수조치는 구체적인 사례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환수 통보를) 행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이 기본적으로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부도덕하게 보고 있는 것이며 구체적인 소명기회조차 없이 일방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사, 투약, 수술 및 처치 등 모든 의료 행위에 대한 개별 심사 및 평가는 심평원 고유업무"라며 "급여 기준을 문제삼는 건보공단의 환수행위는 심평원의 심사를 거친 진료 사안에 대한 이중규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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