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인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취임 23개월 임기를 마치고 세종청사를 떠났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문형표 장관 후임으로 복지부 수장에 오른 정 장관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카드였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와 병원장으로 환자 진료에 전념한 그의 보건복지 정책 수장 등극은 파격 그 자체였다.
청와대 지명 당시 국회와 언론 등도 생소한 '정진엽'이라는 인물 탐구에 들어갔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2015년 8월 27일 취임식 후 2017년 7월 21일 이임식까지 23개월 장수 장관 진기록에 이름에 올렸다.
정진엽 장관의 취임 입성은 '소통과 배려의 감성행정'으로 축약됐다.
당시 정 장관은 "저는 소통과 배려의 감성행정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 보건복지부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회의 방식과 일하는 방식, 의사 결정 방식을 효율적 민주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
2016년 3월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조직문화 혁신 출범식'을 개최하며 감성경영에서 감성행정으로 탈바꿈한 정진엽 시대를 예고했다.
여기에는 전체 공무원들의 최다 민원인 인사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정기인사 사전예고제와 일가정 양립을 위한 토요일 출근 금지, 국회 상임위 월요일 배제 등 과거와 달라진 체질개선을 추진했다.
여전한 인사 불균형과 주말 근무 중 사망한 여성 공무원 등 성과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역대 장관 중 내부 구성원을 위해 세심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 몇 안 되는 장관이라는 평가이다.
정 장관 재임동안 방역체계 구축과 역학조사관 증원, 해외의료사업지원관 및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 의료정보정책과 신설 등이 대표적 성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사이자 대학병원 원장 출신인 그의 역량은 의료정책 곳곳에서 발휘됐다.
외부 시선을 의식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의료계 현안인 의원급 차등수가제 폐지와 간호등급제 개선, 의뢰-회송 수가 시범사업, 제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시 건강보험 재정 투입 등 의료 전문가로서 과감한 추진력을 보였다.
그는 복지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해당부서 국과장, 사무관 등과 격이없는 토론을 벌이는 등 겸손한 자세로 일관했다.
정진엽 장관도 말 못할 고충이 많았다.
과거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시절, 의료기사와 간호사 등 전 직종 직원들과 '호프데이'를 정례화하며 허심탄회한 소통을 고위공직자에 대한 시각을 우려해 공무원들과 함께 하지 못한 부분을 늘 아쉬워했다.
여기에 매주 반복된 복지 및 보건의료 분야 현장방문 일정도 정형외과 특성상 장시간 수술로 체력이 남부럽지 않은 그에게서 '악' 소리가 날 정도로 고된 일이었다.
대학병원 교수 시절에 비해 명예와 위상은 높아졌지만, 월급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정 장관이 의존한 곳은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다.
정진엽 장관은 얼마 전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과거 병원장 시절 건강보험 낮은 수가 등 복지부 정책에 답답함을 느꼈는데 와서 보니 달랐다. 의료정책 내부는 복잡하고 외부에서 알지 못한 여러 상황이 혼재되어 있다"면서 "내가 아는 의료정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정 장관은 "복지부 공무원들이 너무 고생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밖으로는 장관 성과로 포장되나 보건복지 정책은 모두 공무원들이 하고, 나는 거들었을 뿐"이라며 공무원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정진엽 장관은 세종청사를 떠나는 이임식 중간 대변인실에서 준비한 지난 23개월 활동과 직원들의 소감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벅찬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무원은 "역대 어느 장관보다 마음이 따뜻한 장관, 위트 있는 장관, 감성적인 장관으로 기억될 것 같다"면서 "정진엽 장관을 떠나보내면서 많은 직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고 말했다.
정진엽 장관은 23개월 복지부 수장을 마감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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