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성배 교수(사진)는 21일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8개국 44개 병원이 참여한 다기관 국제 연구를 통해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에서 AKT 표적치료제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 기존 항암제로만 치료한 환자보다 무진행 생존기간이 2배 증가해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3대 임상 암 연구 관련 의학저널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 IF= 33.9) 최신호에 게재돼 학문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논문은 란셋 온콜로지의 편집자 논평도 함께 실리며 전 세계 의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호르몬이나 유전자(HER2)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방암의 한 종류로 항암제에 일부 반응하더라도 재발이 많고 암의 진행이 빨라,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에서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평균 6개월 미만일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암이다.
지금까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를 위해 암 성장에 중요한 신호경로를 차단하는 약제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있었으나 효과가 좋지 않았고, 최근 면역치료제, DNA 손상시 복구와 관련된 PARP 억제제가 일부 제한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나 아직도 치료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김성배 교수팀은 항암치료 후 1년 이내에 재발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 암 세포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신호경로 중 하나인 AKT를 억제하는 약제(이파타설팁, Ipatasertib)를 이용한 무작위 임상 2상 연구에 참여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8개국 44개병원에서 124명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 중 62명에게는 표적치료제(AKT 억제제)와 항암치료제(paclitaxel)를 함께 병합해서 치료했고, 대조군인 62명의 환자들에게는 항암치료제만으로 치료를 시행했다.
먼저 병합치료를 시행한 군에서는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이 6.2개월이었고, 항암제 치료만 받은 군에서는 4.9개월이었다.
또한 연구팀은 전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 124명 중 차세대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PI3K-AKT-mTOR 신호경로의 이상이 있는 환자들만 선별하였는데, 병합치료를 받은 군에서는 26명, 항암치료만 받은 군에서는 16명으로 총 42명이었다.
42명 중 항암치료제로만 치료받은 환자 16명의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은 4.9개월이었지만, 표적치료제와 항암치료제를 병합한 환자 26명에서는 평균 9개월로 나타나 표적치료제를 투여한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이 2배 정도 길어 획기적인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표적치료제를 투여한 환자들에서 치료 약제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은 설사였고, 사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총 8개국 44개 병원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 국가별로는 아시아인이 58명, 백인이 54명, 흑인 등 그 외 인종이 12명이었다.
연구팀은 향후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삼중음성유방암 뿐만 아니라 전체 유방암 환자의 60-70%를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도 AKT 억제제의 효과에 대해 추가 3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국적 연구 교신저자인 김성배 교수는 "우수한 치료약제가 부족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에서 AKT 표적치료제의 효용성을 세계 처음으로 입증한 연구"라면서 "치료 전에 차세대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PI3K-AKT-mTOR 신호경로의 이상이 있는 유방암 환자를 선별할 수 있고, 이러한 환자 군에서 AKT 표적치료의 효과가 탁월하여 무엇보다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3상 임상연구에서는 더 많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서의 치료효과를 입증하고, 더불어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들에서도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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