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에 의한 국민 기만이고 과대포장된 선물이다", "수가 현실화 없는 비급여 전면급여화 강행, 총파업 발동해야 한다."
주말 내내 의사들은 거리에서, 또 실내에서 한 데 모여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반대', '수가 현실화'를 외쳤다.
보장성 강화라는 대전제에는 공감을 하지만 적정수가를 내걸고 있는 정부를 못 믿겠다는 것이 의사들 주장의 핵심이었다.
거리로 나간 의사들 "문재인 케어 강행 시 총파업도 불사"
6개 의사단체가 모여 구성한 '정부의 비급여 전면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이하 비급여 비상회의)'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의사 결의대회를 했다. 주최 측이 마련한 약 290석의 의자가 모자랐다.
결의대회에는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을 비롯해 신민호 이철호 부의장, 충청북도의사회 대의원회 홍종문 의장,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최장락 의장, 전라남도 의사회 이필수 회장,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부회장,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 대한외과의사회 천성원 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의협 노환규 전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연대사를 통해 원가 이하 수가 체제 속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수흠 의장은 "의료계가 소통과 신뢰를 이야기할 때 정부는 무반응이다가 이제 와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고 소통과 신뢰를 이야기하면서 립서비스하고 있다"며 "온 힘으로 헤쳐나갈 때다. 투쟁은 의사 모두가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의사회 이필수 회장도 "의료수가 정상화가 먼저"라며 "문재인 케어를 졸속 시행하려 하지 말고 시범사업먼저 해본 후 타당성을 검증해서 시행해야 한다. 1차 의료기관을 살릴 수 있는 정확한 구체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초 의사들이 연단에 올라가 직접 밝히는 우려의 목소리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오산에서 봉직의로 근무 중인 한 의사는 문재인 케어에 따른 젊은 의사들의 피해를 걱정했다.
그는 "이제 솔직해져야 할 때"라며 "성공한 50대 개원의라면 이런 문제가 절실하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케어로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 사람은 젊은 의사들이다. 역설적으로 이 상황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젊은 의사들이다"고 목소리를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 건강권도 중요하지만 의사도 한 가정의 가장"이라며 "젊은 의사들이 선배 의사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 내과 개원의도 "국민 건강권은 의사가 지키는 게 아니다. 국가가 해야 한다"며 "국민 건강권을 지킨다는 이유로 의사는 법적으로 국민의 평균적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도 국민이다. 조직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연석회의 의장이기도 한 전국의사총연합회 최대집 대표는 투쟁 로드맵을 공개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강행할 때는 총파업 카드도 꺼내겠다고 했다.
최 대표는 "구체적인 투쟁의 목표를 가져야 한다. 그 예로 초진, 재진을 통합해 진찰료를 3만원으로 무조건 올려야 한다"며 "국가가 헌법에 나와있는 자유, 지적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면 최후에는 의사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내서도 '반대' 목소리…"수가 현실화 먼저 보여달라"
의사들이 거리로 나온 날, 의협 추무진 회장과 전국 시도의사회장은 대전에서 문재인 케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는 거리 시위에서 나온 목소리들과 대동소이했다.
16개 시도회장단은 ▲비급여 항목의 급여 전환 시 투입되는 재정 추계 정확히, 구체적으로 제시 ▲적정수가 보장 위해 원가보전의 확실한 로드맵 먼저 제시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더불어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무리하게 강행한다면 의협 시도의사회 회장단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불사하며 항쟁의 최선봉에 설 것"이라고 했다.
외과의사회는 27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최한 추계 학술대회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반대 피켓을 들었다.
천성원 회장은 "보장성 강화보다 앞서야 할 것이 수가 현실화"라며 "무작정 정책만 만들어 놓고 안되면 할 수 없다는 식이면 안된다. 의료계는 항상 정부에 속아왔다. 수가만 현실화되면 보장성 강화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가 보장도 없이 보장성을 강화하다 보면 북한, 쿠바보다 더 강력한 사회주의 의료가 될 수 있다"며 "의료비를 정상화 한 후 1년 정도 지켜보고, 잘 되면 의사들도 정부 말을 믿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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