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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서 GPS와 중국 의료기기업체 ‘혈투’ 예고

정희석
발행날짜: 2017-11-08 19:00:02

UNITED IMAGING社·비앤비 헬스케어 합작법인 설립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 'UNITED IMAGING' 부스 모습
“단언컨대 조만간 한국 의료기기시장은 GPS(GE·PHILIPS·SIEMENS)와 중국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기자가 국내 의료기기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잊지 않고 하는 말이다.

이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를 취재해온 기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과 판단에서 나온 견해다.

이러한 전망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 동의하거나 혹은 부정하거나.

매년 봄·가을 두 번 열리는 CMEF에 단 한번이라도 갔다 온 사람은 대체로 큰 이견 없이 기자의 말에 수긍한다.

반면 부정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가격경쟁력만을 앞세운 낮은 기술력이 접목된, 거기에 디자인과 내구성까지 조악한 저부가가치 중국 의료기기가 GPS와 상대가 될 수 있겠느냐는 것.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GPS 진단영상장비를 맹목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국 의료 현실에서 ‘Made in China’ 의료기기를 과연 의사들이 쓰겠냐는 시각이다.

UNITED IMAGING은 ‘비앤비 헬스케어’를 한국 합작파트너로 선정하고 내년부터 한국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같은 주장과 시각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 로컬기업들의 CT MR PET-CT PET-MR은 GPS와 비교해 그 기술적 간극이 엄연히 존재한다.

또 한국시장에 지사 또는 대리점을 통해 진출해있는 ▲mindray ▲WEGO ▲SonoScape 등 중국 로컬기업들 역시 아직까지 메인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단언컨대 한국 의료기기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GPS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확신은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로컬기업 ‘UNITED IMAGING’社(유나이티드 이미징)가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해에 본사를 둔 UNITED IMAGING은 국내 메디칼스탠다드 자회사 ‘비앤비 헬스케어’(BnB Healthcare)를 한국 합작파트너로 선정하고, 내년부터 한국 진단영상장비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두 회사 합작법인명은 ‘UNITED IMAGING Healthcare Korea’(UIH Korea)로 비앤비 헬스케어와 UNITED IMAGING이 공동 투자하고 각각 CEO와 CFO를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UNITED IMAGING사 CT 장비
UNITED IMAGING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의료기기기업 중 한 곳.

2011년 3월 민간자본과 정부 투자를 기반으로 설립한 이 회사는 창립멤버 대부분이 GPS를 비롯한 도시바·히타치 출신으로 구성돼있다.

또 설립 초기부터 ▲CT ▲MR ▲PET-CT ▲PET-MR ▲RT 등 고부가가치 진단영상기기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UNITED IMAGING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왔다.

2011년 창립 이후 2013년 미국에 R&D 센터를 설립했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 판매해왔다.

2016년 매출액은 4000억원에 달하며, 올해까지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삼아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사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일본·인도법인 설립과 전 세계 최대 의료기기시장 미국 진출도 앞두고 있다.

특히 UNITED IMAGING은 풍부한 내수시장 매출 기반 아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의료기기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 MR·CT 장비 ‘uMR 560·uMI 510’은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다.

또 PET-CT의 경우 중국 업체 최초로 일본 후생노동성(JFDA) 인증을 받았다.

2014년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UNITED IMAGING 본사를 방문한 모습.
뿐만 아니라 중국 로컬업체 최초로 회사 전 제품이 국제적인 디자인 인증인 iF 디자인 어워드와 Reddot 어워드를 수상했다.

UIH Korea는 GPS가 장악한 한국 의료기기시장에서 어떠한 전략을 펼칠까?

UNITED IMAGING은 중국시장에서 GPS의 미들레인지·하이엔드급 장비와 거의 동등한 성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자국 의사와 병원 환경에 맞는 제품을 공급해 GPS와 경쟁해왔다.

특히 장비 도입 전·후 원활한 트레이닝 제공과 합리적인 AS 비용을 GPS와 차별화된 강점으로 내세웠다.

UIH Korea 역시 가격경쟁력과 합리적인 AS 비용 등의 강점을 무기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같은 전략이 맞아떨어질지는 미지수다.

UNITED IMAGING이 내수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간 배경에는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한국시장에서 UNITED IMAGING은 GPS와 마찬가지로 다국적기업에 불과하다.

UNITED IMAGING PET-CT 장비
뿐만 아니라 일찍이 한국시장에 진출한 GPS와 달리 의사와 병원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중국 의료기기업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 의사와 병원들과의 공고한 관계 형성 속에서 장비의 임상적 유효성과 의료기기 안전성을 담보할 임상데이터 제공과 레퍼런스 확보가 ‘중국산 장비’라는 선입견 극복은 물론 한국시장 공략의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비앤비 헬스케어 관계자는 “UNITED IMAGING은 비앤비 헬스케어의 영업력 및 탄탄한 세일즈 네트워크 구축, 영상진단시장에서의 풍부한 경험, 다국적기업 장비 판매경험 등을 높게 평가해 한국 내 합작파트너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UNITED IMAGING은 한국 진단영상장비시장을 유지보수·부가가치를 포함해 약 1조원 이상 규모로 보고 있다”며 “향후 5년 안에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펼쳐 GPS와 경쟁해 한국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쓸 만한 국산 CT MRI 하나 없는 현실도 씁쓸하지만 안방에서 GPS와 중국 업체가 경쟁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일 또한 분명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중국 로컬기업의 진출은 GPS가 독점적으로 장악한 한국 의료 현실에서 합리적인 장비 가격과 AS 비용을 견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단, 그 제품이 임상적 유효성과 의료기기 안전성을 철저하게 검증받았다는 기본 전제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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