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한약사회 전국 임원 궐기대회
이번엔 약사다.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전국 약사 약 1000명이 청와대 앞에 모였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편의점 판매약 폐지, 공공심야약국 도입'이라고 쓰인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붉은 피켓을 들었다.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전문 직역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대한약사회는 17일 서울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대한약사회 전국 임원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목적는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 저지. 대신 공공심야약국 도입이라는 대안도 내놨다.
참석자는 등록 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렇게 집계된 숫자는 1100명. 당초 약사회가 예상했던 약 720명 보다 400명이나 더 늘어난 숫자다.
약사회는 참석자들이 길을 찾기 쉽도록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출구 앞부터 길안내를 돕는 직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궐기대회에서 약사들은 중간중간 '편의점약 확대하면 약화사고 증가한다', '공공 심야약국 도입하여 국민건강 수호하자', '편리성만 추구하다 국민건강 절단난다', '약국·의원 당번 연계 국민불편 해소하자', '재벌 이익 보장 위해 국민안전 포기 말라', '약사직능 말살기도 7만 약사 분노한다'의 구호를 외쳤다.
정부는 이달 초 제5차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에서 제산제와 지사제의 편의점 판매약 추가 여부를 표결에 부치려고 했고 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이 자해 시도까지 하며 이를 막았다.
결국 회의는 내년으로 미뤄졌고, 약사회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조찬휘 회장
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약사들은 펄펄 끓는 섭씨 100도의 분노에 휩싸여 있다"며 "전국 대표자 1000명이 모였지만 모두 7만여명의 탄식과 분노를 갖고 온 대표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약사회 편의점약 논의에 참여한 이유는 집 나간 편의점약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그마저도 안되면 일부 심각한 안전 품목을 다시 약국으로 불러들이려고 참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가 적폐 청산에 앞장서는 시대에 유독 복지부만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며 "정부, 여당을 비롯해 청와대마저 오늘을 외면하면 전국 방방곡곡 모든 약사가 궐기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들은 편의점 품목 확대가 가능하다면 약사가 혈액검사 피검사까지도 가능하다, 전문약 일반약 전환 등의 주장까지 펼쳤다.
조 회장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약은 편의점으로 빼내면서 외국에서 처방 없이 파는 사후피임약, 비아그라는 왜 일반약으로 풀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약사회 김영희 홍보위원장도 "단순히 접근성과 편의성 때문에 편의점 판매약을 확대한다면 약사가 소변검사, 혈액검사를 할 수 있다"며 "국민에게 교육받은 약국에서 소변 및 혈액검사를 해도 좋은지 묻는다면 긍정적인 답변이 80% 이상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의점약 품목 확대 반대…대안은? "공공심야약국"
편의점약 품목 확대는 반대, 공공심야약국 도입을 주장하는 약사들은 이를 퍼포먼스로 만들기도 했다. 편의점약 확대 후보군인 겔포스 모형을 찢으니 공공심야약국 도입이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약사들은 편의점약 품목 확대 반대가 결코 약사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크게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공공심야약국 법제화다. 현재 제주도를 비롯해 경기도, 대구시에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 약사회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공심야약국 법안이 통과돼 법제화돼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약국-의원 연계 당번제도 도입.
약사회는 "휴일이나 야간에 약국을 찾는 대부분 주민들은 전문의약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의원이 문을 닫아 적기에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처방전을 발행할 의원이 휴일에 당번제로 근무하면 문을 여는 약국도 훨씬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읽고 있는 박정래 충남약사회장
마지막은 편의점 사후관리 강화와 종업원 교육 의무화다. 의약품을 직접 판매하는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 편의점약 판매에 따른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박정래 충남약사회장은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대표로 읽으며 "복지부는 새 정부 기조에 맞게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 구성을 요구한다"며 "약사들이 국민 건강지킴이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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