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켈러(JEFF KELLER)의 책 제목이면서 윤지영 부장(42)의 생활신조이기도 하다. 윤 부장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박스터(Baxter) 신장사업부에서 일한다.
평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성향과 태도 덕분에 그는 '간호사'이지만 이례적인 길을 걷고 있다. '의료'라는 큰 틀 안에 있다는 것은 여느 간호사와 같지만 일반적으로 간호사하면 떠오르는 일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2003년 복막투석 환자 및 관련 의료진 교육을 담당하는 클리니컬 코디네이터로 박스터에 입사해 2011년 코디네이터를 관리하는 클리니컬 트레이닝 매니저를 거쳐 2013년에는 복막투석 마케팅 매니저 일을 하고 있다.
15년을 기업에 근무하면서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복막투석'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대한간호협회와 공동기획하는 '나는 간호사다' 인터뷰를 통해 기업에서 일하는 간호사로서 일상을 들어봤다.
Q. 간호사가 기업에서 마케팅을 한다? 좀 생소한 부분인데요. 간호사가 기업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나요.
기업이라고 해도 다른 기업의 사정은 잘 모르니 박스터로 범위를 좁혀야 할 것 같네요.(웃음)
박스터에는 약 40명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중 33명은 클리니컬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학술부, 고객서비스센터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클리니컬 코디네이터는 2003년 제가 박스터에 입사했을 때 시작했던 일인데요, 복막투석 환자를 비롯해 의료진을 교육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2013년부터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 복막투석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자원했습니다. 복막투석 관련 제품을 관리하고 전략을 짜고 여러 가지 계획을 실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임상에서는 기존에 많이 하던 치료를 적용하지만, 마케팅은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치료군을 먼저 접할 수 있습니다. 또 간호학을 기본으로 갖고 있으면서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환자나 질병 자체에 대한 이해폭이 넓습니다.
지난해 만성콩팥병(CKD) 플랜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했고 다가오는 3월 자동복막투석 기계인 홈초이스 클라리아 론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15년을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복막투석' 분야에서만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복막투석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부터 자가간호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기 질환을 관리하면서 일상생활, 정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흥미 있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병동 간호사로서 처음 일을 시작했는데, 이때 혈액투석 말고도 복막투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접하게 됐습니다.
투석하는 환자를 만나 그들이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서 간호사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장병 환자가 투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투석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 생존율이 대장암 환자 생존율보다 더 낮을 정도니까요.
박스터는 복막투석액, 자동 복막투석 기계 및 혈액투석 장비 등을 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저의 관심사와도 맞았습니다. 투석치료를 하면서 가정생활,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환자에게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Q. 회사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환자를 볼 기회는 아무래도 없지 않나. 임상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아닌가요.
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병원에서처럼 환자 치료를 위해 적극 참여하는 일은 없습니다. 복막투석 관련 업무만 담당하다 보니 만성콩팥병 환자 중에서도 복막투석을 받는 사람만 접하고 있는데 클리니컬 코디네이터는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 환자를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의료기기, 프로그램 론칭을 준비하면서 인터뷰하는 형태로 환자를 직접 만나고 있습니다.
15년 회사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복막투석 환자가 있습니다. 20년 정도 복막투석을 한 남성인데, 그는 딸이 세 살쯤 됐을 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이 환자는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봤으면 좋겠다"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성은 딸이 초등학교 입학은 물론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하는 모습까지 봤습니다. 복막투석이 20년간 그를 살려준 것이죠.
Q. 기업에서 일하는 간호사로서 특히 갖춰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기업은 병원보다 변화가 많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변화를 즐길 줄 알고 스스로 기회를 가져서 성장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회사라는 환경은 의료진 말고 다른 부서원을 만나면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는 곳입니다. 타 부서 사람들과도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오픈 마인드로 소통하려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식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조직원과 스킨십 자주 갖는 것도 소통에 좋은 방법이죠.
Q. '나는 간호사다'의 공통질문입니다. 이 코너가 간호대생들과 신규 간호사들을 위한 직업 탐방과 같은 코너거든요. 간호사의 길을 걸으려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ttitude is Everything!'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사건은 사실이 있지만 사람마다 인지하는게 다릅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택하는 게 중요한데, 긍정적인 태도로 상황을 바라보고 컨트롤 가능해야 합니다.
대학을 다닐 때 오고 싶지 않았는데 성적 맞춰서 왔다는 친구도 봤고, 의사 보조인력이라며 자존감이 낮아지는 친구도 봤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긍지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간호학은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학문입니다. 임상뿐 아니라 다른 여러 기회가 열려 있으니 직업군을 병원으로 한정하지 말고 밖을 보고 배우고 성장하다 보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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