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약품(ETC) 국내 시장 진입 첫 관문인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합의율이 최근 13년간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보험공단의 약품비 관리 차원의 고무적 성과로 자평하고 있으나, 제약업계는 울며 겨자먹기식 불공정한 계약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약가협상 제도 현황'을 공개했다.
건보공단이 2007년 이후 올해 4월까지 제약사와 약가협상 현황.
공단의 약품비 관리 업무는 투 트랙으로 2007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13년째를 맞고 있다.
신약의 경우, 공단과 제약사의 약가협상을 통해 약가를 결정하고 이미 급여 중인 전문의약품은 사용량 증가 시(사용량-약가 연동제) 공단과 제약 간 약가협상을 통해 약가 인하폭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쉽게 말해, 오리지널을 지닌 다국적 제약사와 복제약 중심의 국내 제약사 모두 공단과 협상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는 의미다.
공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년 4월말까지 총 1388품목 협상이 완료됐다.
전체 합의율은 91.2%(1266품목 합의, 122품목 결렬)이다.
협상 유형별 사용량-연동 연동제가 632품목(46%)로 가장 많고 이어 신약 455품목(33%), 조정신청 173품목(12%) 순을 보였다.
신약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13년간 전체 455품목 중 388품목(85.3%)이 합의됐고, 나머지 67품목이 결렬됐다.
공단은 제약사와 약가협상 후 부속 합의문 내용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세부적으로 결렬된 67품목 중 47품목은 추후 재신청을 통해 등재됐으며, 16개 품목(13약제)은 비급여이고 나머지 4품목은 2회 결렬.
약제 특성별, 필수의약품은 협상 합의율이 60.0%인 반면, 비필수의약품은 86.4%이며, 희귀의약품은 79.5%인 반해, 일반의약품 86.5%를 보였다.
필수의약품과 희귀의약품은 환자군 처방 시장과 해당 제약사의 독점권을 반영해 약가 협상에 민감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협상 참여 제약사 중 국내 제약사는 146개사이며, 다국적제약사는 68개사이다.
신약의 경우, 다국적 제약사가 사용량 연동의 경우 국내 제약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공단 이영희 약가협상부장은 "의약품 등재 시 치료효과와 비용효과성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고 있으나, 등재 후 실제 임상 평가기전은 부재하다"면서 "임상자료와 청구자료를 활용한 재평가 및 사후관리 방안을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부장은 이어 "약가협상 합의서에 제약사 이행사항 등을 추가해 신약 관리를 강화하겠다.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경우, 업계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보완사항을 도출해 복지부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다국적제약사 중심인 신약의 경우, 합의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제약업계는 약가 합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환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정부와 공단의 노력은 긍정 평가한다. 하지만 협상 합의율 보다 중요한 것은 등재기간이다. 오랜 시간 등재되지 못한 약도 있다"면서 "급여 혜택에서 소외되는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국내 한 중견 제약사 측은 "사용량-약가 연동제로 가격인하가 불가피해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공단의 약가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약가 협상 결렬은 사실상 시장 진입 실패인 만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서울대병원 랜딩(처방 코드 진입 의미)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것이 공단과의 약가 협상"이라고 전하고 "신약 독점권을 지닌 일부 다국적사를 제외하고 어느 제약사가 단일 보험체계에서 공단과 맞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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