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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 이탈, 내성 관리방안 문제는

원종혁
발행날짜: 2018-11-29 05:00:00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흔히 투자자들 사이에서 '떠안고 가야할 위험 부담은 높지만 돌아올 혜택이 크리라'라는 기대 심리로 통용되는 표현이다. 그런데, 최근 만나는 감염학계 전문가들 마다 국내 항생제 내성 문제를 짚어내는데 이러한 말을 자주 빗대어 쓴다.

얘기인 즉슨, 항생제 내성은 사망자 발생 건수도 이로 인한 비용 발생도 심각한 수준에 치닫고 있지만 정작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 환자에 쓸 수 있는 선택지는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엎진데 덮친 격으로 위험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슈퍼항생제의 급여 이탈현상으로 까지 번지고 있다. 국내 항생제 신약의 도입률이 0%에 가까운 지표를 보이는 상황에서, 힘들게 급여 문턱을 넘었던 슈퍼항생제 마저 낮은 약가 문제 등을 이유로 처방권에서 사라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내성 환자 관리에 처방할 수 있는 선택지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 현 상황이, 2015년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예삿일은 아니었다. 건강보험 내 급여기준이 제한되어 있거나, 의료기관 내 제한 항생제로 분류될 경우 처방접근성 자체가 제한되는 문제가 따르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행정예고를 통해 고시 개정안에서 항생제 신약 시벡스트로주가 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 리스트에서 빠질 것으로 밝혔다.

시벡스트로는 지난 2015년 4월 동아에스티가 자체 개발한 국산 신약 24호로 허가 당시 그람양성균 슈퍼항생제로 주목을 받은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결국 낮은 시장성과 약가 문제에 발목 잡힌채 국내에서 발매되지도 못하고 급여 이탈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생제 내성 환자수 적체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번번이 신약 가뭄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왜일까.

비급여의 급여화를 표방한 현 의료 정책 기조에서도 중증도가 높은 악성 암종이나 여타 희귀질환들에 비해선 사회적인 관심도가 뒤로 밀려있다. 또 국내와 국외 지역간 약가 형평성 기준에서도 애로점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얘기를 들어보면 항생제는 개발 실패 확률이 높고 새로 개발된 약이 적어 오래 전 개발된 약가 기준에 맞추기 때문에 임상을 통해 우월성을 입증하더라도 기존 낮은 약가를 토대로 약가가 낮게 잡히는 편으로 이 때문에 항생제로 인한 이익을 얻기가 어렵고 개발을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정작 국내 허가권에 진입하더라도, 항생제 특성상 급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사용이 어려운 만큼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항생제 내성 위기를 인정하고 신규 항생제 확보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글로벌 보건당국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극명하다는 점이다.

항생제의 오남용에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다제내성균 관리에 필수적인 신약의 공급과 접근성 완화 정책에는 필요성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지역에서는 다제내성균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의 신약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보험급여 정책개정을 논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6년전부터 정부 주도로 항생제 개발 촉진법을 입법화한데 이어, 유럽지역에서는 투자비 및 임상 비용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공공 프로젝트인 iCAIR를 작년부터 시행해오는 것이다.

최근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시장에는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과 임상 소식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인트론바이오가 MRSA/VRSA 신약인 'SAL200'으로 7500억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으로 높은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MRSA용 항생제로 미국 임상 2a상을 마친 크리스탈노지믹스나,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에 신약 임상을 진행 중인 레고켐바이오 등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률이 거듭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 문제에 발벗고 나선 해외 정부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는 쪽에 베팅을 걸고 있다.

고위험 고부담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학계의 문제가 아닌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규제 손질이 필요한 시점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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