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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원생이 전하는 일본 온천 여행기⑨

마새별
발행날짜: 2019-03-05 10:41:56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오늘은 일본 온천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숙소에 도착해서 바로 잠 든 후에 알람도 맞추지 않고 잠에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늦은 오후인데다가 마지막 날이라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않았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짧은 여행의 특성 상 늘 아쉬운 점은 숙소를 자주 옮겨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관광할 거리가 한 곳에만 모여있다면 짧은 일정일 지라도 한 숙소에만 머무를 수 있지만, 이번처럼 여러 장소를 이동할 경우에는 숙소 역시도 매일 옮겨다닐 수 밖에 없다.

물론 숙소를 옮기면 매일 다른 곳에서 머무는 색다른 재미도 있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늘 유랑 다니는 완전한 여행객으로서의 여행보다는 그 지역에 사는 거주민처럼 하는 느긋한 여행을 더 선호하는 지라 그렇다.

예를 들어서 여행지에 가서 여행기간 내내 숙소 한 곳에만 머무는 경우에는 매일같이 이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서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은 여유를 부리며 누워서 쉬다가 늦은 오후에 슬리퍼만 신고 주변 마을을 돌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숙소를 이동해야 한다면 짐도 한 번을 제대로 풀지 못한다. 그 상태로 다시 싸서 다음날 나갈 생각을 하면 차마 짐을 풀어 둘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체크아웃 시간을 매일 확인해서 부지런히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는 처음 온 날처럼 잘 갖춰 입고 짐을 그대로 바리바리 싸서 또 다시 여행객처럼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한다.

이렇게 되면 진짜 그 지역을 편안하게 둘러보기가 힘들어진다. 무거움 짐은 다 내려놓고, 옷차림새도 마음도 편안하게 마을 곳곳 구석까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 해당 지역의 거주민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삶을 보다 가까이 살펴볼 기회도 생긴다.

이번 여행은 여러 곳을 둘러보겠다는 욕심에 미처 이런 여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온다면 한 지역에 터를 잡고 좀 더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고 싶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는 아침을 먹고 공항에 가기 전에 일본의 한 맥주공장에서 운영하는 투어를 가 볼 생각이었다.

관광객들에게 나름 인기가 많은 코스여서 일찍이 예약이 마감되곤 하는데, 여행 10일 전 쯤 한 타임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바로 예약을 해두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탓에 투어를 한국어로 진행한다고 하여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예약 시간에만 잘 맞춰 갈 요량이었다.

바로 공항에 갈 생각이라 짐을 싸서 시간에 맞춰 노선대로 버스를 타고 맥주 공장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지금 투어에 참여할 수 없단다.

대체 왜 그랬던 건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간을 잘못 알고 있어서 예약한 투어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하였고, 단체로 진행하는 특성상 이미 투어가 시작된 후에는 개별 입장이 불가하다고 한다.

투어를 못 하는 것 자체보다 버스를 타고 거기까지 갔는데 그냥 돌아오는 것이 아쉬워 몇 번 더 물어봤지만 이후 타임에 참여하는 것도 불가하다는 답변을 듣고 힘없이 후쿠오카역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텅 빈 일정에 시간도 많겠다 천천히 걸어왔는데,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는지 스스로를 자책하느라 주변은 잘 구경하지도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마지막 식사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서 수차례 검색을 해서 명란 덮밥을 아주 잘하는 곳을 찾았는데 아뿔싸, 내 주머니에 있는 호텔 자전거 키를 발견했다.

오전에 일찍 호텔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탈 생각으로 챙겨둔 건데 자전거 높이가 너무 높아서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었다. 그런데 키를 돌려주지 않고 체크아웃을 해버린 것이다.

결국 맥주공장도 가지 못하고, 원하던 마지막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다시 호텔로 자전거 키를 돌려주러 갔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날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이도저도 아닌 날이 되버렸다. 아무 일도 없이 무난하게 여행을 마무리 하나 싶었는데 늘 그러지 못하도록 방해할 만한 요소들이 도처에 있나보다.

느긋하게 시작한 하루였지만 고생 아닌 고생을 하다보니 진이 다 빠져버렸다. 공항에 가기 전에 후쿠오카 역에서 크로와상 몇 개만 사들고 비행기를 타러갔다.

마지막 날의 실수로 이번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된 것은 아니다.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며 잘 여행하다가 마지막날 그저 우스운 마무리에 헛웃음만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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