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셨을때) 실제 효과는 어때요?" 취재차 만나는 일선 병원 의료진들에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대규모 임상 검증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고가 신약들이 늘고 있지만, 과연 이 약들이 실제 처방 환경에서 어떠한 결과를 내놓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최근들어 치료제 리얼월드데이터(RWD)나 실제처방근거(RWE)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진료현장에서나 보험급여 과정에서도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제약사 편향 임상시험에서 보여진 효과와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치료 결과는 다를 수 있다. 또 국내 환자들에서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들도 왕왕 나오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신약 등재시 제출되는 임상자료는 제약사가 진행하는 글로벌 무작위대조군임상(RCT) 자료들이지만, 국내 환자들이 포함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리얼월드 자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굳이 대규모 임상 검증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혁신 신약을 두고, 추가적으로 실제 효과나 안전성을 거론하는 이유는 왜 나왔을까.
규제당국의 촘촘한 거름망을 통과한 약물임에도 허가 임상 결과에는 괜히 의심이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간혹 시판후 유해반응 이슈가 터진 상황이라면 애당초 불리한 임상데이터의 일부가 가려지거나 빠진 것은 아닌지 염려까지 따른다. 제약사의 입김이 작용한 연구일수록 이러한 의심의 강도는 더 세진다.
피험자 선정 단계부터 결과 분석까지, 제약사 입맛에 맞게 조리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미국내과학회지(AIM)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서 제약사가 후원한 임상시험의 85%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았지만 정부 지원의 임상시험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 2003년 BMJ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에서도 제약사 편향된 임상시험은 그렇지 않은 임상시험에 비해 4배 정도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고 보고한 것이다. 단순히 제약사 편향 연구 결과가 그 약이 가진 실제 효과보다 더 좋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가능해지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리얼월드 자료의 평가가 중요해지는 것도 제대로된 가치 평가 구조를 만들자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한해 20조원에 달하는 약제비가 임상근거나 안전성이 떨어지는 의약품에 투입된다거나 요구도와 상관없이 지출되는 문제를 줄이자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리얼월드 자료의 적극적인 활용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한 약물을 놓고서도 의료진마다의 처방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리얼월드데이터가 실제 약물의 결과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지 한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얼월드 자료만을 맹신하기보다는 다양한 치료제 평가의 툴 중 하나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전반적인 효과성을 평가할때 임상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RCT 임상결과와 리얼월드 자료를 비교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는 있다.
최근 약물 경제성평가 국회 토론회에서 "국내 실제 임상현장 자료를 전향적으로 수집해 국내 환자들에서 효과를 검증해보는 작업은, 최적의 재정을 투입하는데 있어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평가가 의미있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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