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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병리 전공의 지원율 처참…방종 안도의 한숨

박양명
발행날짜: 2019-11-29 06:00:59

분석④병리과 2020년도 1년차 전공의 전국 7명이 전부
병리학회 "젊은 의사, 병리 접할 기회 없다" 현실 토로

|분석④|2020년도 레지던트 1년차 지원 현황

기피과 중의 기피과인 핵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처참한 전공의 모집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방사선종양학과에는 11명의 전공의가 지원했지만 병리과와 핵의학과는 모두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숫자만 원서를 낸 것.

메디칼타임즈는 2019년도 레지던트 1년차 원서 접수 마감일인 27일 전국 52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지원 현황을 조사했다.

빅5 병원 핵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 지원율
핵의학과는 20개 병원에서 24명을 모집하는데 단 2명만이 원서를 냈다.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에만 지원자가 나타났다.

병리과도 상황이 심각했다. 38개 병원에서 65명의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7명이 지원하는 데서 그쳤다. 방사선종양학과는 14개 병원에서 24명을 모집했고 11명이 지원했다.

빅5 병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은 방사선종양학과 정원을 모두 채웠다. 반면 병리과와 핵의학과는 정원 미달이었고 삼성서울병원은 지원자가 0명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방사선종양학과 지원자가 넘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명 모집에 3명이 지원한 것. 반면 병리과는 4명 모집에 2명만 원서를 냈고 핵의학과를 찾는 전공의는 없었다.

세브란스병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병리과 지원자면 한 명씩 있을 뿐이었다.

사실 핵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의 수련 계획을 세우는 학회의 욕심은 크지 않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최소 10명 내외의 전공의라도 확보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바람이다.

처음으로 지원자 10명 미만 병리과 '한숨'

그런 면에서 병리과는 상황이 심각해졌다. 처음으로 전공의 지원자 수가 10명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지원자가 18명이었는데 올해는 7명으로 절반 이상 (지원자가) 줄었다. 대한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은 전공의 모집 결과를 받아들고 한숨부터 크게 쉬었다.

병리학회에 따르면 현재 병리학과 레지던트 4년차가 34명, 3년차가 31명, 2년차가 26명, 1년차가 18명이다. 내년에는 10명도 채 안되는 레지던트가 병리과 수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장 이사장은 "병리학과 정원인 60명은 좀 많은 것 같고 30~40명이 적정 수준, 최하 25명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병리과 지원자가 가장 적었던 게 13명이었는데 10명도 채 안 되는 숫자는 상당히 심각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근거중심의학의 핵심이 병리과이기 때문에 육성이 필요한 진료과"라며 "단순한 수가 코드를 세분화하고, 젊은 의사들에게 병리과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등 단기부터 중장기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은 병리과를 접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게 장 이사장의 지적이다.

그는 "국가고시에 병리학은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 의대생들이 병리학을 기초의학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본과 4학년 정도 되면 의대생들 머릿속에 병리가 아예 없다. 대부분의 병원은 인턴도 병리과에는 배정하지 않는다. 젊은 의사들은 병리라는 것 자체를 생각해볼 기회가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젊은 의사들에게 병리과에 대한 인식을 심어줘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며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선종양, 지원자 전년대비 2배 늘어 다행

방사선종양학과는 그나마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지원자 수가 5명에 불과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두배가 넘는 11명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 관계자는 "전공의 수가 너무 많아도 문제"라며 "전공의 지원자 수가 20명이 넘어가면 너무 많고 꾸준히 10명 내외로만 들어와도 사정이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지원자 숫자가 워낙 적어 병원별로 방사선종양학과의 미래 등에 대해 많이 홍보를 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지원자 수가 2명에 그친 핵의학과는 담담한 모습이다. 지난해도 전반기 모집에 한 명, 후반기 모집에 또 한 명이 지원에 2명의 전공의를 받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핵의학과는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지난해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당장 전공의 지원율 확대를 위해 정원을 기존 20명에서 16명으로 줄이고, 지도전문의 2명에 전공의 1명 배정하던 기준을 상향했다.

대한핵의학회 관계자는 "지난해 양전자단층촬영(FDG PET) 검사에 대한 삭감이 심해져 중소병원에서 핵의학과 의사들을 뽑지 않고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핵의학과를) 지원하면 앞으로 진료에 이점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전공의들에 주고 있는데 아직은 약한 것 같다"며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수련제도 개편, 급여기준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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