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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침 환자 구하다 소송 당한 의사 "손배 책임 없다"

박양명
발행날짜: 2020-02-19 12:00:50

인천지법, 의사 배상책임 기각…한의사는 '의료과실'
법원 "한의사가 유족 측에 4억여원 배상해라" 판결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다 아낙필락시스 쇼크에 빠진 환자를 구하기 위해 뛰어갔던 가정의학과 의사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가운데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제2민사부는 19일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다 쇼크에 빠져 사망에 이른 환자 유족이 봉침 시술을 한 한의사, 응급조치를 한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사의 배상책임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반면 한의사는 의료과실이 있다고 보고 유족측에 4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봉침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번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경기도 부천 A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낙필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했다.

당시 환자가 쇼크에 빠지자 한의사는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C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C원장은 119가 올 때까지 에프네프린을 투여하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환자는 사망에 이르렀고 유족은 한의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었고 응급처치를 도왔던 가정의학과 의사에게도 민사소송을 진행한 상황이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환자 살리려던 의사가 무슨 죄가 있냐며 공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개원의가 환자를 위해 썼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해 소송을 제기한다면 어떤 의사가 환자 치료에 나설 수 있겠느냐"라며 소송 취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을 받아든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선의의 행위를 했는데 소송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각박한 현실"이라며 "의료인이 선의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사례를 만들 수도 있는 소송이 제기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법조계도 선한 사마리안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의 첫사례라며 결론에 관심을 가졌던 터.

대한의료법학회장을 역임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도 "봉침 환자를 구하다가 피소당한 의사 구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예측을 내놓으며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선한 사마리안법을 적용 여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도 했다.

그는 "예상했던 결론이었다"며 "판결문을 봐야 더 정확하게 알겠지만 기억하고 있는 사실관계대로라면 의사에게 책임없다고 판결 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서울의사회 전성훈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 역시 "합당한 결론"이라고 평가하며 "한의사는 진료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의무에 따른 과실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의사 과실 여부도 다뤄졌겠지만 과실이 있더라도 재판부가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지는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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