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대학병원의 주니어 교수는 시니어 교수로 부터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는 수준의 폄하발언을 듣고 불쾌감을 느끼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병원 내 징계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해당 시니어 교수에게 주의조치가 이뤄졌다.
#2. 서울소재 대학병원의 교수는 후배 의사들이나 전공의들에게 말을 더욱 조심하는 습관이 생겼다. 최근 괴롭힘금지법 신고 소식을 접하기도 했지만 혹시나 말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의사와 의사간 괴롭힘으로 신고 된 사례를 각색한 것이다. 제도 시행 초기 간호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신고가 1년이 지나면서 의사 간 신고 건수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오는 16일 제도 시행된 지 1년을 맞이하는 직장 내 괴롭힘금지법(이하 괴롭힘 금지법)이 병원에 가져다 준 변화를 살펴봤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된 괴롭힘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괴롭힘금지법 시행과 맞물려 병원들의 변화는 크게 두가지. 윤리위원회 등 기존에도 병원 내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역할을 하는 기구의 재정비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를 개설하는 형태다.
체감 신고 건수 상승세…신고 사안도 디테일해져
병원 현장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행 됐던 괴롭힘금지법이 점차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병원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괴롭힘금지법 시행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시행 초기 타 직군과의 갈등이 중심이 됐던 신고가 같은 직군 간 신고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관계자는 "시행 전과 비교하면 신고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세에 있고 과거 타 직종 간에 신고가 주를 이뤘다면 동일직종 간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며 "의사-간호사 등 업무 간 갈등이 있을만한 타 직종에서 동일 직종 선후배 사이 등의 신고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동안 표면적으로 보이는 갈등이 신고의 중심에 있었다면 앞선 사례처럼 교수와 교수,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서도 괴롭힘금지법이 신고 되고 있다는 것.
대학병원 B교수는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생기고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법 때문인지 사회가 변해서인지는 면밀히 봐야할 것 같지만 이전과 병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한 C전공의는 "전공의법, 괴롭힘금지법 세대차이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이전에는 무조건 참았지만 대안이 생기면서 문제제기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며 "현장에서는 괴롭힘이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이 늘었고, 괴롭힘금지법이 회자되는 것도 체감적으로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신고 되는 사례가 폭력 등 명확한 사안에서 세분화 되고 있다는 점도 변화 중 하나다.
대학병원 A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순 폭력 등 명확하게 밝혀지는 문제에 대한 신고가 있었다면 이제는 사안들이 디테일해지기 시작했다"며 "괴롭힘의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괴롭힘이라는 사안이 주관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 내에서도 먼저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병원 D 시니어 교수는 "그런 의도가 아니지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기 때문에 윗사람으로서 당연히 행동이나 말을 조심하게 된다"며 "어디까지 받아들여야할지 어려운 부분이 있고 조심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긍정효과 속 조직문화 허들은 여전히 한계
다만, 괴롭힘금지법이 신고 횟수를 늘리는 것과 별개로 병원 전체를 봤을 때는 그 수가 적고 신고 이후 상황에 대해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도 한계라는 지적이다.
서울 대학병원 5년차 간호사는 "상급연차는 괴롭힘 등이 고과점수를 반영할 때 점수로 들어가는 등의 변화가 이뤄져 윗연차가 아랫연차를 대하는 게 달라졌다"며 "그럼에도 신고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제 신고까지 이어지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의국 특성상 경직된 조직 문화가 있는 만큼 신고건수가 더 많이 늘어나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대전협 관계자는 "법이 있어도 근무하는 형태나 환경이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 이후 2차 피해를 예방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라며 "여전히 같은 의국에서 일해야 되는 입장에서는 진로 등 2차 피해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민원이 상당하고 이런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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