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처음 공언과 달라" 대의원 98명 회원투표 발의 최혁용 회장, 회원투표 공지하며 "기권해달라" 호소
의료계와 약계의 반대 속에서 시작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한의계 내에서 다시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
첩약 시범사업에 실제 참여해 본 한의사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나섰기 때문.
28일 한의계에 따르면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는 지난 24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현재 발표되지 않았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다시 시범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전회원 투표를 진행한 것이다. 한의원 9000여곳이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했다.
문제는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는 것. 한의협 대의원회(의장 박인규)는 지난 2일 서면결의를 통해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최종 시행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회원투표를 하기로 했다. 회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첩약 시범사업을 찬성한다(그대로 시행)와 반대한다(재협상을 해야 한다) 중 하나에 투표를 해야 한다.
이는 대의원 98명의 요구로 만들어진 안건이다. 막상 시범사업 뚜껑을 열어보니 한의협 집행부가 공언했던 내용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한 지역의사회 임원은 "생각지도 않은 고충이 따라서 시범사업에 대해 분기탱천하는 분위기"라며 "처음 공지됐던 수가도 낮아진데다 한약사도 제한적이지만 참여하고 있다. 현 집행부가 아니라고 말한 것들이 전부 시범사업 안에 들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첩약 조제 구체적인 내용을 제출해야 하는데 한의사의 고유한 정보를 정부에 공짜로 갖다가 받치고 있는 모양새"라며 "한의약정보원 등 중간단계를 만들어서 해보자는 의견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첩약을 급여화 해야 한다고 찬성하는 사람들까지 등돌리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임원 역시 "무조건 반대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현 집행부가 처음 공약한 것과 실제 시범사업 내용이 너무 다르다. 어느 직역이든 원가를 대놓고 공개하는 곳이 어디있나"라고 비판했다.
한의협은 28일 현재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혁용 회장은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다시 한번 전회원 투표를 하게 되자 대회원 담화문을 내고 "투표에 기권을 선택해야 한다"고 부탁까지 했다. 찬성과 반대에 표를 던지는 것 자체가 한의계에 손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투표 과정에서 재협상이라는 단서를 달아놨지만 외부에서는 반대라는 결과가 나오면 폐기처럼 비춰질까 두렵다"라며 "찬성으로 의결돼도 현재 협상안에 만족한다는 뜻이 돼 앞으로 추가적인 개선 협상에 장애가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전회원 투표는 찬성과 반대 어느쪽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아예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라며 "첩약 건강보험 진입이라는 과제는 1990년 한약분쟁 당시부터 꾸준히 요구해오던 과제다. 이제 그 첫 발을 막 뗀 상황이다"라며 아예 투표에 불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대다수의 회원은 첩약건보 폐기가 아니라 제도 개선을 바라는 것"이라며 "불만과 우려사항을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취합한 후 이를 바탕으로 한의계 의권을 지켜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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