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약계 대표 단체들은 "심평원이 중개기관으로 참여하는데 해당 법안 취지와 달리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요양기관에 행정 부담을 전가시키는 개정안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보완방편으로는 중개기관으로 심평원이 아닌, 민간 핀테크 업체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선결과제로 올렸다.
21일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보건의약계 5개 단체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폐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강경 입장을 밝혔다. 회견장에는 의협을 비롯한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가 자리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권고 이후, 올해로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화 이슈.
이날 보건의약계 단체는 "요양기관에 막대한 부담 전가는 물론 국민의 혈세낭비와 공공의 이익마저 저해하면서 보험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개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의 편의 증진이 목적이라면 실질적인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금 청구 방식·서식·제출 서류 등의 간소화를 비롯한 전자적 전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비용부담주체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입장문을 통해 "환자 요청에 따른 청구 관련 서류 전송을 전체 요양기관에 강제하는 것이 아닌 개별 요양기관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못박았다.
이와 관련, 현재 실손보험의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청할 경우 요양기관은 진료비 영수증·계산서,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하도록 하고, 해당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총 5건이 발의된 상태.
의협 이필수 회장은 "해당 법률안들은 실손보험 청구절차가 번거로워 소액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해당 서류를 요양기관이 보험회사에 직접 전송토록 함으로써 보험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고 요양기관과 보험회사 등의 업무효율성을 제고하려는 것임을 개정이유로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출서류 등 보험금 청구절차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없이 오로지 전체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를 전송토록 강제하는 것은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보험계약자 등과 보험사의 업무를 요양기관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진료와 관계없는 행정업무가 추가되어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오히려 전자적 전송을 통해 진료 관련 서류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보험사는 이를 통해 환자 보험금 청구의 삭감 근거를 마련하고, 갱신거절의 이유를 삼을 수 있다"며 "수혜자는 보험소비자가 아닌 민간보험사가 됨이 명백하기에 보험소비자의 편익 증진을 가장한 민간보험사의 이익실현 수단"임을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는 심평원이 중개기관으로 개입하는 문제도 거듭 지적됐다.
병협 정영호 회장은 "병원에서도 실제 청구대행이나 안내 등 환자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미 간소화를 진행하고 있고 대행기관도 있다"며 "이를 전자적 전송을 통해 간소화한다고 하지만 이면에 진료내역을 들여다보기 위한 의도가 명백히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나 보험업계에서 자동차보험(자보)과 실손보험의 사례를 매번 비교하는데 전혀 다른 얘기"라며 "자보는 관리 틀이 단단하고 실손보험과는 지향하는 바도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의협 김형석 부회장은 "일부 실손보험사들의 주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해당 법안은 전혀 논리에 맞지 않다"면서 "실손보험과 같은 사적보험까지 급하게 추진하려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 동안 보건의약계에서는 ▲민간보험사와 피보험자간 사적 계약을 위해 국가 기관의 빅데이터를 제공하여 공익에 위배되는 점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 관련 진료비계산서·영수증과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을 전자문서로 전송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행정규제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또한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환자진료정보의 유출 개연성이 높은 점 ▲보험회사가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추후 해당 환자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골라서 가입시키는 역선택 소지가 큰 점 ▲민간보험사를 위해 건강보험법 위임 범위 위반소지가 있는 심평원의 데이터 제공의 문제 등을 근거로 입법 저지 입장을 견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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