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방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의 건강보험 행위로 등재된 것을 두고, 영역 확장을 기대하는 한의계와 달리 의료계는 달갑지 않은 반응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유는 뭘까. 실제로 진료현장에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 문제를 심심찮게 지적해오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가 도입된 2007년 이후 근거 수준이 D등급(최하위)임에도 인정받은 기술 사례는 총 204건. 이는 전체 신의료기술 인증 건수의 37%나 차지하고 있다.
열 가운데 넷 가까이는 근거 수준이 가장 낮은 단계임에도 불구 무난히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했다는 얘기였다.
현재 의료의 중심은,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말그대로 근거자료가 충분한 의학에 더 높은 가치 평점을 매긴다는 것. 그렇다면 이러한 근거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바로 임상연구와, 그 결과로 얻어진 논문들이다.
한방 1호 신의료기술 인증 과정에서도 근거 수준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 였다.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의 경우 2편의 논문이 근거로 인정된 것과 비교해, 비슷한 시기인 2016~2018년까지 신의료기술로 승인된 기술의 관련 논문 수는 평균 14편이었다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해당 한방 요법이 2019년 10월 신의료기술로 승인받았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NECA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쟁점은 이 지점이다. 객관적으로도 증거 수준이 불충분한 기술들에 밀려, 기술 인증이 늦어지거나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단계가 낮은 혁신의료기술 트랙을 밟아가는 사례들도 적지 않게 벌어지기 때문인 것.
한 의료진은 "현재 신의료기술로 인증된 기술보다 증거수준이 명확함에도 인증 결과는 예상과 다른 경우들이 다반사"라며 "NECA 소위원회의 심사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무엇보다 전문적 평가에 균형감이 부족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들 신의료기술을 과학적이고 객관적 기준으로 검증하게 될 평가위원 명단과 회의록 조차도 베일에 쌓여 있다는 얘기.
신의료기술 관련, 의료법 제3조에 의거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신의료기술의 안정성과 유효성에 관한 평가를 진행하도록 법률로도 정해놨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에는 근거 기반 의학을 통해 개발된 수많은 치료와 진단기법들이 인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 회복이 가능할까. 답은 간단하다. 당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의원의 발언에도 일각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 평가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책임의식을 갖을 수 있도록, 평가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속시원하게 공개하면 된다는 것.
엄격한 잣대는, 임상적 근거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행위들에 더 없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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