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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수가협상모형 변경은 힘들어...보완책 마련 우선”

박양명
발행날짜: 2021-09-02 05:45:56

건보공단 이상일 이사, 취임 직후 소회...수가협상 현실 경험
"내년도 수가협상은 세부사항 개선된 SGR 모형 적용할 것"

"연구와 현실은 달랐다." 건강보험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가 취임 후 3개월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느낀 현실이었다.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예방의학과 전문의인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학자로서 정부에 정책을 제시하고, 관련 연구를 해왔다. 특히 환자안전 전문가로서 환자안전법 제정에 기여하고, 병원 내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계에도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정책을 집행 하는 위치인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로 새 출발을 했다.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급여보장실, 약가관리실, 급여관리실, 의료기관지원실, 건강관리실, 보장지원실 및 급여사업실 등을 총괄한다. 의료계에 익숙한 수가협상, 약가협상, 사무장병원 관련 현안이 모두 급여상임이사 소관이다.

이상일 이사는 "기관 운영은 주기가 있다 보니 아직도 파악이 안된 부분이 있다"라며 "전체 업무를 파악하려면 1년은 지나야 숨 좀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자의 입장일 때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면 현실에서 그 대안을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라며 "현안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합리성만 갖고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지난 5월 취임을 하자마자 의료계 한해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수가협상'에 건보공단 협상단장으로 뛰어들면서 가입자와 공급자 단체, 그리고 공급자 단체들 사이 중재자의 입장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수가 제도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관계된 가입자, 공급자를 직접 만나면서 소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라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가협상은 오랫동안 이어져 오던 것이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뒷받침이 충분히 이뤄져 협상 그 자체만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수가협상에 건보공단 협상단장으로 참여한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학자의 입장에서 제3자의 눈으로 봐온 수가협상을 처음으로 직접 경험해본 이상일 이사는 현재 가입자와 공급자가 모두 모여 있는 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 수가협상 제도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수가협상 후 3개월 동안 두 차례 정도 가진 회의에서 큰 방향을 잡고 중장단기 계획을 설정했다.

이 이사는 "당장 내년에 이뤄질 수가협상까지는 약 9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10년이 넘도록 협상에서 사용하던 SGR 모형 자체를 당장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내년 협상은 큰 틀에서 SGR 모형을 적용하되 세부적인 보완책을 찾으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GR 모형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가입자도, 공급자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수가협상의 틀을 바꾸기 위한 계획도 필요하다"라며 "시간이 걸리고 합의가 있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수가협상 중장기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년의 임기 동안 그는 건보공단이 보험자로서 새롭게 시작한 사업들을 내부 조직에 정착시키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게 숙제라고했다.

이상일 이사는 "건보공단이 전통적으로 해오던 역할인 급여비 지급, 수가협상 등은 기존에 해왔던 일이라서 틀이 잡혀있는 상황"이라며 "그 이외에 건강관리 관련 사업 등 보험자로서 적극적으로 의욕을 갖고 시작한 사업들이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업은 내부적으로도 경험이 쌓인 게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조직에 정착토록 하고 발전시키는 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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