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미 정부의 백신부작용 인과관계 평가의 문제점을 두 번이나 다루었다. 의학적으로 깊이 다루지 않은 이유는 정부의 백신부작용 인과관계 평가가 의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이었다. 과학/의학이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는 정부가 자신들이 내린 인과관계 결과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불안함을 느끼게 됐다.
돌아보면 식약처를 대상으로 1인 시위를 하면서 정부 조직이 자신들이 잘못한 것을 결코 인정하거나 번복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조직에 불리하다면 거짓말도 하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다를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임을 깨닫고, 이번 칼럼을 통해 정부의 인과관계 평가가 왜 잘못됐는지를 과학적/의학적 근거에 기초해서 기술하고자 한다. 개별사례의 예시들이 필요해서 필자의 칼럼 중 가장 긴 칼럼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함이니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의약품(백신 포함)과 의료기기 등 인체에 투입되는 의료성분의 부작용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의학적인 용어상 이상반응이 타당하므로 이후 문장에서는 이상반응으로 기술하겠다. 이상반응을 평가할 때 4가지 정도를 평가한다, 이상반응의 강도(severity), 중대함(seriousness) 여부, 예상됨(expectedness 또는 listedness) 여부, 인과관계(causality) 여부이다. 강도, 중대함의 분류 또는 정의는 구글링을 하면 쉽게 나오니 그 설명을 생략하겠다.
예상됨의 여부(expectedness 또는 listedness)는 임상시험 또는 시판 후 안전성 정보 수집에 따라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이미 평가된 이상반응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화이자 코로나백신은 임상시험을 통해 주사부위 통증, 발열, 근육통 등의 이상반응이 매우 흔하게(10% 이상의 빈도를 의미함) 발생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이런 이상반응은 화이자 백신을 조건부허가할 때부터 허가상 주의사항에 이미 기술돼 있었다. 또 화이자 백신은 미국에서 시판 후 안전성 정보 수집을 통해 심근염 및 심막염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또한 화이자 백신의 허가상 주의사항에 업데이트 돼 기술돼 있다.
그런데 필자가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이 받은 질병관리청의 인과관계 통보서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의 모두가 분류상 관련성이 적음 범주에 속해 있었다. 너무 이상했다. 백신부작용의 인과관계 평가에 있어서 그 부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강력한 근거(strong evidence)가 되는 기저질환 등이 없다면 관련이 있다고 평가돼야 하는데, 기저질환이 전혀 없는 젊은 사람들에서도 전부 관련성이 적다고 평가되다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그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부는 허가사항에 기술된, 즉 예상되는 이상반응에 대해서만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그 외는 전부 관련성이 적음으로 판정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치명적인 오류이다. 왜냐하면 인과관계 평가는 예상됨, 즉 expectedness 와는 별개로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심근염이라고 해서 모두 백신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개별 사례별로 백신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아직 허가상 주의사항에 기술될 정도의 예상되는 부작용이 아닐지라도 개별사례에 대한 인과관계 평가의 원칙에 따라 충분히 인과관계가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임상시험 중 발생하는 예상하지 않은 중대한 약물부작용(suspected unexpected serious adverse reaction, SUSAR)에 대해서 연구자(해당 환자의 주치의라고 볼 수 있음)는 개별 사례에 대해 인과관계 평가를 원칙에 따라 수행해야 하며, 유럽의 식품의약품안전처라고 할 수 있는 EMA는 이 연구자의 인과관계를 회사 등이 downgrade, 즉 저평가하지 말도록 지침에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백신부작용 평가에 대해서 해당 주치의의 인과관계 평가, 역학조사관의 인과관계 평가, 부검의의 인과관계 평가 등을 전부 무시한채 허가상 주의사항에 명시되지 않은 예상되지 않은 이상반응은 전부 관련성 적음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아무런 근거없는 행태임을 밝힌다.
개별 사례(individual case)의 인과관계 평가에서 중요한 2가지는 시간적 연관성(temporal relationship)과 더불어 과학적 개연성(biological plausibility)이다. 이 2가지를 충족할 때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다고(related) 평가한다. 이는 WHO의 백신 인과관계 평가 지침에 기술돼 있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백신 접종 후 수일내 백혈병이 발생한 경우 시간적 연관성, 과학적 개연성 2가지 모두 충족되지 않는다. 백신이 어떤 발암 과정을 일으킨다고 가정하더라도 발암의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한 수개월이 필요하며(일본의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여와 같은 강력한 발암물질 노출 후에도 바로 암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백혈병은 백신이 우리 몸에 작용하는 일반적인 면역학적 기전으로 발생하는 암이 아니다. 다만,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반응이 환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백혈병의 발현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한 기저 백혈병의 악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아직까지는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며, 기저 백혈병 자체가 strong evidence라고 할만한 다른 원인이므로 '관련성이 적음' 또는 '관련성이 없음' 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이미 언론에 이름이 노출됐으니 실명을 언급하겠다. 김지용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10시간 정도 뒤 발열, 오한, 구토 증상이 발생했고, 다음날 사지마비 증상이 발생했다. 최종진단명은 급성척수염이었다. 김지용씨의 이상반응이 백신 접종 10시간 뒤 시작된 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이상반응의 전형적인 시간적 패턴이며, 그 연속선상에서 급성척수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시간적 연관성에서 타당하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T 세포 면역반응이 mRNA 백신 대비 강한 백신이며, 임상시험 중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평가된 급성횡단성척수염이 보고됐다. 또한 급성척수염은 기전상 자가면역성 T 림프구와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과학적 개연성도 타당하다.
즉, 이 사례는 시간적 연관성, 과학적 개연성 모두 타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지용씨가 급성척수염을 일으킬 만한 다른 원인(예를 들어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기저질환 등)이 있다면 인과관계 평가 결과는 '가능함(possible)' 범주에 해당하며, 백신과 기저질환 모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김지용씨는 기저질환이 없었으며 백신 접종 전까지 신체무탈한 건강한 20대 청년이었다. 그러므로 이상반응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없으므로 이 경우 인과관계 평가는 '상당히 확실함(probable)'으로 평가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타당하다. 그런데 질병관리청의 인과관계 결과는 가능성이 적음(unlikely,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질병관리청 기준상 4-1)이었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질병관리청의 인과관계 평가가 허가상 주의사항에 명시되지 않으면 절대로 1~3 범주의 평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인데, 이는 인과관계 평가를 예상됨의 구조 안에 매몰시킨 기형적인 평가에 기인한다.
한 사례를 더 살펴보자. 이남훈씨의 20대 딸은 모더나 접종 후 5일 뒤 갑자기 쓰러진 후 끝내 사망했다. 담당 의료진들은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을 의심해 질병관리청에 PF4 자가항체 검사를 요청했으나 모더나 백신은 관련이 없다고 검사조차 거부했다. EMA의 아스트라제네카의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에 대한 5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 이상반응은 백신 접종 후 3~14일 사이, 즉 백신에 대한 항체생성이 시작되고 증가하는 시기에 대부분 발생한다. 그러므로 시간적 연관성에서 타당하다.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은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지만 mRNA 백신 접종 후에도 보고된 사례들이 있으므로 과학적 개연성도 있다. 당시 역학조사관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며, 어떤 다른 이유보다도 백신 접종에 의한 인과성이 인정된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의 결과는 가능성이 적음(unlikely,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기준상 4-2)였다. 그 다른 이유는 이 분의 경우 lupus anticoagulant 양성 소견이 있었고, 질병관리청은 이 검사소견에 따라 이 분이 혈전증의 위험소인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이 분의 의무기록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당연히 환자 보호자의 승인하에 살펴보았음), lupus anticoagulant 외 다른 항인지질 항체는 모두 음성이었다. Lupus anticoagulant 검사는 위양성이 상당히 있는 검사이기 때문에 이 소견 하나만으로는 이 분이 혈전증의 소인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거니와 심지어 혈전증의 소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분의 임상사례가 매우 끔직하리만큼 catastrophic한 점을 고려하면 백신이 영향을 반드시 미쳤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과학적으로 타당하다.
인과관계 평가는 정량적인 것이 아니고 정성적인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라고 해도 그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횡단성척수염 1예에 대해서 신경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회의를 통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평가한 사례와 같이 전문가들의 인과관계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해당 임상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 사례의 경우 해당 환자의 주치의, 역학조사관 모두 인과관계가 강력히 있다고 평가한 점은 사실상 그런 위원회까지 필요하지 않으며, 질병관리청이 이들의 인과관계를 downgrade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음을 보여준다.
정리하면 질병관리청은 인과관계 평가를 예상함(expectedness)이라는 구조 속에 묶어서 기형적으로 판단하는 매우 위험한 오류를 범했다. 그래서 '안전성 정보가 쌓이면, 즉 expectedness가 입증되면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과관계 평가는 반드시 개별사례별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부디 오류를 인정하고 개별사례의 인과관계 평가를 다시 하기 바란다. 그리고 해당 환자의 주치의, 역학조사관, 부검의의 소견조차 무시하고 인과관계를 downgrade 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제약회사조차도 하기 어려운 파렴치한 행위이다.
질병관리청의 이와 같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규탄한다. 의학한림원은 의료계의 명망있는 어르신들의 모임이라고 알고 있다. 질병관리청이나 식약처가 얼마나 무능하면 백신안전성에 관해 한림원에 넘겨버렸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사실은 이해한다. 그럴 능력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겠지), 한림원의 의료계 원로들은 단순히 학문적인 고찰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백신부작용 인과관계 평가가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지적, 책망하고 올바르게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솔직히 안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며, 의학한림원은 그저 의료계 원로들의 교제모임 정도로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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