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4일 후 CT 검사하고 상급병원 전원, 1500만원에 합의 의료중재원 "수술시 주의 소홀" 지적...의료진 책임 70%로 제한
의료분쟁은 처음이지? -의료분쟁 조정중재 이야기-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의료사고. 이에 따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모를 의료사고, 그리고 분쟁에 현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창을 마련했다.
복강경 수술로 오른쪽 난소 절제술을 받은 70대 환자가 수술 다음날부터 아랫배 통증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항염증제, 진통제, 항생제 등만 처방하다가 좀처럼 환자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복부와 흉부 CT 검사를 실시했다. 수술한 지 4일 만이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는 복막염이었고, 이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전원 돼 복강경 하 소장봉합술을 받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소장의 끝부분인 회장에 0.5cm 크기의 천공이 있었다. 수술 후 두달이 지났지만 CT에는 아직 염증이 남아있었고 환자는 소화불량과 통증을 계속 호소하고 있다.
환자는 난소 절제술을 한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보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문을 두드렸다. 술기 미흡으로 소장 천공이 생겼고 이를 진단도 하지 못해 적절한 처치와 전원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의료중재원은 병원 측의 과실을 70%로 제한하고 합의금으로 1500만원을 제시했다. 양측은 의료중재원의 결정을 받아들고 서로를 상대로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 행정상 민원 등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 명예나 평판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복강경 수술로 인한 장 손상의 일반적인 원인은 투관침 등 수술 기구에 의한 장 부위 손상이고 복강 내 유착, 환자 비만도, 자궁 크기, 수술 난이도 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병원 측이 장손상 발견 후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받게 했기 때문에 중대한 과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복강경 수술 당시 주의를 다하지 못해 장천공을 발생시켰다고 봤다. 수술 3일 뒤 피검사에서 염증수치(CRP, C-reactive protein)가 30㎎/㎗으로 증가했을 때 CT를 미리 찍었다면 발견이 하루는 빨리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렇다고 예후에는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는 부분은 분명히 했다.
의료중재원은 "천공은 수술 직후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수술 3~4일 뒤 지연성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복막염도 발생했을 것"이라며 "CRP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을 때 CT를 찍었다면 장손상을 하루 정도 빨리 발견했을 것이지만 예후에는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수술 난이도, 의료 행위 자체에 내재하는 위험성 등을 반영해 의료기관의 책임비율은 70%로 봤다.
의료중재원은 "수술 시야가 좁은 복강경 수술을 할 때 의료진으로서는 보다 세심하게 수술 기구를 조작할 주의의무가 있다"라며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이 원인이 돼 천공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복강경 수술로서는 비교적 긴 시간인 115분을 했기 때문에 수술 후 지연성 천공 발생 가능성 등 여러 합병증을 고려해 주의 깊게 경과 관찰 할 필요가 있었다"라며 "환자가 수술 후 반복적으로 소화기계 통증과 이상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CT 등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아 복막염 등 합병증에 대한 진단과 적절한 처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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