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내가 소속되어 있는 연합동아리 아시아 의대생 연합(Asian Medical Students' Association, AMSA)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생 멘토링 프로그램과 토론대회를 진행했다. 나 역시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하고 토론대회 사회를 보는 등 행사에 참여했는데, 행사에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는 멘토링 시간이 있었다. 멘토링을 하면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볼 수 있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었는데, 나중에 커서 어떤 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꽤 많았다.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이 과에 지원하고 싶은 이유를 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최근에 술자리에서 취업을 고민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은 나를 보면서 취업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편할 것이라고들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당연하게도 내가 취직을 하는 것, 다시 말해 인턴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다. 인턴 이후에 레지던트가 되면서 원하는 과에 지원을 하게 되는데, 어떤 진료과에 지원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사실 의대에 들어올 때는 크게 어떤 과에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막연하게 의사가 되면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학 이후에도 예과 때는 크게 진료과 선택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본과에 올라오면서 직접 임상을 배우면서 고민이 늘기 시작했다. 어떤 과들은 나의 적성과 흥미에 너무 맞지 않았고, 예전에는 내가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과들이 오히려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우들도 생겼다. 어찌 보면 나의 미래에 대해 고등학생들보다도 생각을 덜 했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고민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 많은 것을 배우며 다양한 과의 특성을 이해하고, 나의 적성에 맞는 과를 찾기 위해 진로콘서트 등에 참석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과가 나와 맞을지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 정하고 나서 평생을 해당 진료과에 바쳐야 할 것인데 그만큼 각오를 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이런 문제들로 고민과 불안이 생기고 있던 와중에 의사인 나의 삼촌의 이야기는 위로가 되었다. 삼촌은 원래 소화기내과에 가고 싶었다고 한다. 지도교수님이 소화기내과에서 일하셨는데, 무척 좋은 분이셨다고 한다. 하지만 삼촌이 인턴이었을 때, 나의 외할아버지, 즉 삼촌의 아버지가 심근경색 때문에 병원에 오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삼촌은 그후 심장내과를 선택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당장 진로를 확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과, 진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익힐 수 있었다. 충분히 고민하고 나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실제로 다양한 과에 대해 배우며 내가 이 과에 잘 맞는지 생각하면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과에 대한 이해 역시 깊어질 수 있었다.
나는 나와 비슷한 나이라면 그 누구든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명확한 진로와 꿈이 없다는 점에서 꿈이 있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로 인해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 꿈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불안 속에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우리가 이 불안을 극복하는 데 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글을 읽는 또래들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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