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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판례칼럼

의사가 대출 사기에 연루된 사연

오승준 변호사(BHSN)
발행날짜: 2025-05-26 05:00:00

오승준 변호사(BHSN)

  • 닥터론 브로커 대출사기 사건, 의사들의 대응 전략은?

2024년 의료계에서 개원 자금이 부족한 의사·약사들을 노린 불법 대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브로커 A씨는 신용보증기금의 예비창업자 육성보증 제도를 악용하여 의사들에게 허위 서류를 꾸며 대출을 받게 해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해당 브로커는 2024년 말 언론 보도와 신용보증기금의 인지로 수사가 시작되자, “대출에 문제가 생겼으니 받은 돈을 일단 내게 보내라”고 속여 의사들로부터 돈을 다시 송금받은 뒤 잠적하였다. 이 수법으로 브로커가 빼돌린 금액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법무법인이 자문하는 병원 소속 의사들도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입었다. 개업 과정에서 대출을 손쉽게 받아준다는 소개를 받고 A씨를 만났고, 자금 사용 소명을 위해 대출금 수억 원을 그의 계좌로 송금했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당시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 개인 사기로 판단하고, 빠른 피해 회복을 위해 곧바로 A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서에 고소했다.

피해자와 가담자 현황

그런데 A씨를 고소하여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개원 의사들만 해도 수백 명에 달하며, 이들 모두가 동일한 수법으로 브로커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부 의사들은 A씨가 완전히 잠적하기 전에 끈질기게 독촉해 일부 금액을 돌려받았지만, 대다수는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채 막대한 부채와 형사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은 상태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서울 수사경찰서가 이들 의료인까지 허위 서류로 대출을 받은 공범으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브로커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사문서위조 혐의로 입건하는 동시에, 그의 알선으로 대출을 받은 의사·약사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연이어 소환하고 있다. 우리 법무법인은 먼저 고소 대리인 자격으로 수사에 입회한 뒤, 이어 피의자 측 변호인으로 다시 한 차례 조사에 참여해야 했다.

담당 수사관에 따르면, 현재 수사 선상에 오른 의사만 200여 명을 넘어선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경계가 모호해진, 전례 없는 진퇴양난의 국면이다.

과거 유사 사례

의료계와 브로커의 공모가 사법 처분으로 이어진 사례는 이미 적지 않다. 대표적 예로 2023년 9월, 유명 한방병원 네트워크의 본사 임원과 지점 원장 20여 명이 허위 잔고증명을 여러 차례 발급해 총 259억 원 규모의 신용보증기금 보증 대출을 알선한 혐의로 검찰에 일괄 송치된 사건이 있었다. 이번 사태와 중복되는 쟁점이 적지 않았고, 당시에도 공범으로 지목된 의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대출금을 전액 변제하거나 피해 회복에 적극 나선 의료인 상당수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며 형사 책임을 벗어난 선례가 남아 있다.

또 다른 사례로, 한 정형외과 의사가 병원 컨설팅 브로커와 짜고 수차례 허위 개원을 시도하면서 임대차계약만 체결해 투자금을 가로채다 적발된 사건이 있다. 이 때 의사는 징역 3년, 브로커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대응 방법: 경찰 조사 및 재판 대응 전략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서류(자금 흐름표, 대출 신청 준비 자료, 브로커와의 소통 기록, 피해 회수 증빙)를 완비해야 한다. 대출금 이동 경로를 엑셀로 정리해 두면 ‘실제 이득은 브로커에게 귀속됐고 본인은 피해자’라는 구조를 직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전화 녹취, 카카오톡 메시지, 컨설팅 계약서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 기록은 ‘기망 행위가 일방적이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조사에 임할 때는 수사기관이 이미 상당수 자료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허위 진술은 금물이며, 기억이 흐린 부분은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는 선에서 멈추는 게 안전하다. 억측이나 보충 설명을 덧붙이다가는 허위 진술로 낙인찍혀 방어 논리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브로커에게 속아 송금한 사실을 입증하는 계좌 내역과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제출하면, 공범성 판단에서 책임 범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핵심은 사실과 증거의 정확한 정합성에 있다.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결과를 가르는 변수는 변호사 수임보다 피해 회복이다. 법률 대리인이 조서를 검토하고 조사에 입회해 주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지 못한 상태라면 어떠한 변론 기술도 면죄부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따라서 예산·시간·노력을 ‘변제 → 보증 해지 → 증빙 제출’ 순서로 우선 배분하고, 변호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수사 브로커 또한 마찬가지다. 수사 단계에서 접근해 오는 자칭 해결사나 브로커의 개입은 대체로 문제를 키울 뿐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사기 피해액이 일정 규모, 5억 원을 넘어서는 순간 적용 법령이 일반 형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로 단번에 격상된다. 일반 사기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까지 열어두지만, 특경법 사기죄는 최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시작해 벌금형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진다. 즉 실형과 집행유예 가운데 하나를 피하기 어렵고, 판결 결과에 따라 의사 면허 취소 심사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23년 11월 시행된 개정 의료법(일명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면허 취소 심사가 자동 개시된다}

다만 면허 취소 여부는 의료법에 근거한 면허재심의위원회가 별도로 따진다. 위원회는 범죄의 중대성, 환자 안전과 직결 여부, 사후 피해 회복 정도를 종합 평가하므로, 무조건 면허가 취소된다고 단정 지을 단계는 아니다. 실제로 변제‧합의 등 피해 회복에 성실히 임하고, 초범임을 강조하며, 의료봉사·공익 활동 자료를 제출해 면허 유지 혹은 재교부 기회를 얻은 사례도 있다. 그러므로 “이미 특경법이면 끝”이라고 포기하기 보다는, 선처 자료와 변제 의사를 최대치로 준비해 형량 자체와 면허 리스크를 동시에 낮추는 투-트랙 전략이 필수다.

이번 사건은 브로커가 편취한 총액이 수백억 원대에 달해 특경법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의사들도 허위 서류 작성에 일정 부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특경법 적용 여부는 개별 의사가 실제 편취에 기여한 금액·횟수·가담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일부 의사는 A씨에게 전액을 빼앗겨 실질 이득이 ‘0’이라면, 변호인은 피해자성을 적극 부각해 특경법 적용을 벗기거나 양형 하한을 크게 낮추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나아가 면허 취소 처분이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행정소송까지 포함한 복합 전략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 면허가 일단 취소되면 곧바로 진료 현장에서 배제되므로, 곧이어 제기할 행정소송과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을 병행해 진료권을 유지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집행정지 인용이 되면 본안 판결 전까지 면허 효력이 유지되므로, 형사재판 결과, 피해 회복 노력, 공익 활동 실적 등을 추가로 정비해 행정소송 재판부의 태도를 반전시킬 여지를 넓힐 수 있다.

결국 형사·행정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려면 피해 회복과 선처 논거를 정교하게 엮어 마지막까지 결과를 바꾸려는 노력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맺음말

이번 사태는 의료인이 금융·투자 영역에서 얼마나 허술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원 준비에 몰두한 나머지 “큰돈을 손쉽게 마련해주겠다”는 브로커의 속삭임에 현혹됐고, 불법임을 알면서도 수익성에 끌려 묵인한 행태 역시 적지 않았다. 앞으로도 비슷한 수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의료인은 본업 밖 영역의 재무 거래에 각별히 신중해야 하며, 정상 절차를 우회하는 편법 대출 제안에는 즉각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브로커에게 수수료만 주면 더 큰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은 불법의 신호탄이자 위험 경보다. 모든 금융 거래는 투명한 공식 창구를 통해 진행하고, 의문이 생기면 곧바로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 단체의 법률 상담 창구를 적극 활용해 사전에 리스크를 점검하는 습관이, 의료인과 환자 모두를 지키는 최선의 예방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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