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에 쓰이는 현대의료기기를 한방보건소에 지원, 빈축을 사고 있다.
적혈구 형태를 관찰해 진단하는 이른바 어혈분석(생혈분석)에 쓰이는 고배율 현미경을 한방HUB보건소의 의료기기 구입비용 지원대상에 포함시킨 것.
의료계에 따르면 어혈분석은 지난 2000년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행위로 심평원 행위분석위원회에서도 근거가 미비하다며 반려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한의원이나 개원가에서는 지금도 어혈분석과 생혈분석이라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환자의 혈액을 채취, 적혈구의 형태를 관찰한 후 건식판매등 추가적인 의료수요로 연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왜곡된 의료행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대국민 사기극에 놀아나고 있다"며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아 건보적용도 안되는 행위에 대해 한방보건소 인프라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복지부, 한방HUB보건소 어혈관찰용 현미경 구입비 지원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2005년도 한방공공보건사업 추진계획'에 따르면 한방장비보강비 등 총 35억2천만원의 사업 활성화 재원을 확보, 이중 22억여원을 한방HUB로 지정된 보건소의 신규 의료장비 구입비로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구입비용 지원예산은 보건소에서 한방보건소 운영에 필요한 신규장비를 구입하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꼭 지원대상에 포함된 것만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 보건소에서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라며 "지원대상 33개 한방장비 목록은 공공보건 사업지침에 의거 작성된 것으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어혈분석의 현주소
어혈분석을 실시하고 있는 한방 의료기관은 어혈을 체크, 해당 부위를 침 등으로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줌으로써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자궁근종이나 난소종양까지 치료가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생혈분석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실시하는 의원도 혈액을 분석, 환자에게 부족한 영양소가 무엇인지, 또 건강유지를 위해 적당량은 어느 정도인지 정밀처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의 공통점은 질환에 따라 적혈구가 특이한 형태를 보이며 처방에 따라 영양소를 복용하거나 침술을 받으면 모두 혈액샘플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주장하는데 있다.
처방 후 약 15∼30분이 지나고 환자 혈액의 변화된 모습을 현미경과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직접 확인시켜주기 때문에 환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계, "어혈분석, 근거없다" 일축
학계에서는 현미경을 통해 혈액을 분석할 경우 대부분의 시료를 만들면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artifact를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미국의 Stephen Barrett, M.D가 발간한 책자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전미보건사기대책협의회의 부의장인 제임스 로우얼 박사(James Lowell, Ph.D)의 실험관찰 결과, 어혈분석은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매우 부족했다.
제임스 로우얼 박사는 실험자들의 어혈분석 시범에 대해 슬라이드를 준비하면서 혈액이 말라버리거나 응고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점, 그들은 검사하는 환자를 바꿀 때 현미경 슬라이드를 주의 깊게 닦지 않아 먼지가 혈액 성분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었던 점 등을 지적했다.
왜곡된 의료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건강과 과학' 역시 부질없는 생혈분석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 우리나라에서 생혈분석을 하는 사람들이 의사와 한의사들이긴 하지만, 현대의학 또는 한의학계나 보건당국에서 생혈분석의 효용에 대하여 공인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이남용 교수도 "혈액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혈구의 형태 등을 통해 병명을 진단하는 것에 대한 신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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