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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화 미룰 수 없다" "동서의학 협진·상생"

안창욱
발행날짜: 2005-04-13 07:47:36

'의료정책포럼' 최근호에서 유용상-최서형 원장 논쟁

최근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란 책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는 광주 미래아동병원 유용상 원장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의료일원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나한방병원 최서형 원장은 의료와 한방의 물리적 결합이 아닌 동서의학 협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의료일원화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12일 2005년 봄호 ‘의료정책포럼’을 발간하면서 ‘의료일원화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의료계와 한의계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미래아동병원 유용상 원장은 기고문을 통해 “의료체계 개혁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미룰 수 없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숙제”라며 “근자에 많은 한의사가 배출되었고, 의료 현장에서 충돌하는 의료의 변질과 국민 피해는 더 이상 의료인을 우리 안에 가둬 놓을 수 없게 했다”며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한의학 개혁 방향으로 자의적 해석으로 혼선을 초래하는 한의학 이론의 비밀과 의료 권력적 요소의 검증, 현대 의약품과 병용 투여되는 한약의 부작용, 한약의 효과와 비용 효과성 검증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의료일원화의 비전으로 △과학적 근거 중심의 의료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 시스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윤리적 의료의 완성 등을 들면서 “한의학이 결코 합리적이거나 세계적 투명성,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유 원장은 2008년 의협 100주년까지 의료일원화를 위한 토대구축, 국민 공감대 형성, 추진 기구의 구성 및 출범 등을 마치고 2012년까지 의료일원화 체계 확립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의계의 저항과 생존권 문제, 위정자의 과학정신 결여, 한의약 육성법,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 약화, 의료계 내부의 단결과 공감도 형성 실패 우려 등을 의료일원화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그는 의료일원화 전술로 언론과의 접촉 루트 강화, 공청회, 알기 쉬운 책자 발간, 시민단체와의 토론회, 한방의 부작용 사례 및 사기성 의료의 고발접수 창구 개설, 방송 모니터 제도, 정치인과의 협력 강화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와 함께 그는 의료일원화의 실천적 접근을 위해 한약재 유통의 투명화, 처방의 공개로 거품 제거, 한약 의약분업 요구, 한약 독성 연구정보 공개, 현재 사용중인 한방의료기기의 객관적 검증, 독성간염 및 위궤양 등 한약 부작용사례와 신비주의적 치료 문제점 수집 및 공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 원장은 “어떤 경우도 직업적 신뢰성, 진실한 국민의 편익 입장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며, 실천 가능한 사명을 차근차근 준비해 가면 머지 않아 새로운 선진의학체계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밝은 기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최서형 하나한방병원 원장은 “서양의학이 객관적 이론체계와 첨단의 의료기술을 지니고 있지만 국소적이고 기계적인 질병관 때문에 기능성 질환이나 만성 악성 질환 등의 분야에서 부딪힐 때 질병치료보다 사람을 치료하는데 더 능한 한의학의 전인적이고 자연적 방법의 협력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최 원장은 “정밀치 못하고 주관적 이론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확실성이나 재현성 결여의 문제가 있는 한의학이 서양의학의 객관적, 과학적 기술에 의해 베일이 벗겨진다면 허준 선생 시대의 한의학과는 비교도 안되는 양질의 자연치료의학이 창출될 것”이라며 유 원장과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최 원장은 “두 개의 의학이 배타적으로 독립해 존재한다는 것은 새 밀레니엄 시대에 걸맞지 않는 반의료적 자세”라면서 “아집과 편벽,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폄하 자세는 하루 속히 배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한의학에 대한 폄하와 배타가 이뤄지는 동안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대체의학과 중의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보다 강한 의학을 만들기 위한 연구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미래 의학의 유력한 트랜드가 될 동서의학의 성취는 우리나라가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우선 수종의 난치성 질환을 선정해 가설 수준의 동서의학적 협진 프로토콜을 작성, 동물실험을 통한 안전성 검사와 함께 임상에 적용, 효용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긍정적 결과가 도출된다면 본격적인 동서의학 협진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대상을 확대해 가자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동서의학의 지식과 기술 부분이 확실히 세워지기 전에 협진이나 일원화, 의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상대방 면허 부여 등은 학문 자체가 심각하게 손상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서양의학은 한의학에 의해, 한의학은 서양의학에 의해 조명 받음으로써 자기 학문의 경지를 살찌우고 이들이 다시 화학적 합력을 통해 무궁무진한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닦아나가자는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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