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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보장성강화 생색, 병원은 삼중고

안창욱
발행날짜: 2007-01-03 06:54:19

속빈 급여확대 환자 불만증폭..삭감에다 원가보전 뒷전

[2007 새해특집] 임의비급여, 누구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최근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사태가 터지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가 적정 진료환경을 외면한 채 생색내기식 보장성강화에만 골몰하면서 임의비급여가 해소되지 않고, 의료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기관과 환자가 상생하는 것은 요원한지 짚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보험기준에 맞추면 중증환자는 죽는다
<중>생색내기 보장성강화, 의료기관 삼중고
<하>의료 질 보장해야 병원도, 환자도 산다
2004년까지만 해도 보건복지부는 병원 식사비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게 일관된 방침이었다.

복지부는 2003년 건강보험 재정이 8년만에 흑자로 전환되자 재정 운영여건에 따라 ‘치료에 필수적인 항목’부터 보험진료가 될 수 있도록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2004년 1월 1일에는 “앞으로 보장성강화의 일환으로 암, 중증질환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식대보다는 현재 비급여나 본인이 전액부담하는 항목 중 ‘진료에 직접 필요한 항목’을 우선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진료 필수항목 우선 급여화 철회

그러나 과도한 진료비 부담으로 인해 가계가 파산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2005년 이런 기조를 백지화했다.

복지부는 그해 보장성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필부 의료항목이 아니라고 분류했던 식대를 슬그머니 급여 대상에 끼워 넣었다.

식대 급여화에 대해 그간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상반된 견해를 표명해 왔다.

시민단체들은 환자들의 본인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식대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지만 의료계는 ‘의학적 비급여’를 우선 보험적용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병협은 “보장성 강화를 위해 환자의 본인부담 인하와 급여항목 확대란 대전제에 궁극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재의 급여수준과 부담수준을 고려할 때 진료 목적상 우선순위인 주사, 수술, 검사 등과 같은 의료적 비급여를 우선 급여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복지부는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지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건강보험 적용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원칙, 다시 말해 필수적인 항목을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대전제를 포기한 것이다.

복지부는 작년 6월 보장성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9월부터 암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약 33% 줄고, 단계적으로 혜택을 확대해 2007년에는 53% 이상 줄이겠다”면서 “암환자 진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비율을 현행 47%에서 2007년에는 75%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임의비급여다.

약제나 치료재료가 대거 급여로 전환되거나 급여범위가 확대되긴 했지만 불가피하게 급여기준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환자 전액부담으로 할 수도, 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도 없는 의학적 임의비급여항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환자들에게 이들 약제나 치료재료를 전액본인부담으로 한다는 동의서를 받고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는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다시 토해내야 하는 불법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험급여가 확대되었지만 임의비급여가 진료 전반에 상존해 있다 보니 막상 중증질환자들은 본인부담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천만원의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임의비급여 방치후 병원-환자 불신 심화

고질적인 임의비급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의료기관들은 신뢰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먼저 의료기관과 환자의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은 고가약제의 경우 요양급여 범위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진료비 영수증을 받으면 다짜고짜 ‘다 보험이 되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내야 하느냐’고 따지기 일쑤”라며 털어놨다.

의료기관이 보험이 되는 약을 사용하지 않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비급여약제를 쓰거나 과잉투여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자연히 생색은 정부가 내고, 욕은 의료기관이 먹는다는 불만도 팽배해지고 있다.

성모병원의 백혈병 임의비급여 폭로사건도 환자들이 진료비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백혈병환우회는 임의비급여가 많아 진료비 본인부담상한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자 다른 의료기관과 진료비 내역을 비교하고, 심평원에 진료비확인요청 민원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만약 복지부가 의사가 혈액암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약제나 치료재료의 요양급여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임의비급여를 없애기 위해 급여범위를 보다 더 넓혀주거나 전액 환자부담으로 제도화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건인 셈이다.

성모병원의 모교수는 “정부가 요양급여기준을 통해 의사의 진료권을 과도하게 규제하면서 환자들의 상태나 중증도가 천차만별인데도 불구하고 보험 틀에 꿰어 맞추길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다 법적으로 보장된 비급여까지 적지 않아 환자들은 애꿎은 병원에다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또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은 모든 MRI 촬영이 보험급여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가 막상 보험이 되지 않아 생각보다 진료비가 많이 나오면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가약 삭감 여전, 의료기관 보상 뒷전

보장성강화 이후 의료기관의 원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료기관들은 고가약제의 경우 요양급여기준대로 청구하더라도 삭감되는 게 태반이라며 정부가 보장성 강화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비급여항목을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적절한 보상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식대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대형병원들은 지난해 6월 식대가 급여화되기 이전 1끼당 7000~8500원을 받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보험급여로 전환되면서 일반식을 기준으로 많아야 5680원을 받게 되자 연간 수십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들은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으며, 환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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