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알사탕 몇 알 쥐어 주고, 의사들에게 영혼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의사들을 광장에 모이게 한 이유다"
'의료와 사회포럼' 박호진 자문위원(박내과의원 원장)은 의료법 개정을 위한 의사들의 집회가 '집단 이기주의'로 묘사되고 있는데 대해 여과없는 반감을 드러냈다.
박 위원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 채 의사들이 마치 밥그릇싸움을 위해 환자들을 내팽겨치고 거리로 나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원의들의 경우 하루 10시간 가까이 병원에 매달려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논의의 장으로서 집회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단지 의사들이 집회에 나섰다고 해서 '대역죄인'인 것처럼 묘사해서야 되겠느냐"고 강변했다.
이어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적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라며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 의사는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비판했다.
또 병원 부대사업 허용, 비급여 환자 유인알선 허용 등 일부 조항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박 위원은 "시민단체들은 당장 의료기관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는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며 "달라고 하지도 않은 사탕 몇 알을 쥐어주고는 이를 의사흡집내기용으로 이용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공공의료 강화를 주창하는데, 그 개념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에서 시장논리를 완전 배제하고 정부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 혹은 전 의료기관을 국영화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공공의료인가"라고 반박했다.
표준진료지침, 간호진단 법제화...의료근간 흔드는 행위
아울러 그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재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수적인 조항들이 부각되면서 표준진료지침제정, 간호진단 등 의료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조항들이 정작 찬밥 취급을 받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는 것.
박 위원은 "표준의료지침의 경우 법제화된다면 이는 더이상 권고사항이 아니라 강제조항의 성격을 띄게 된다"며 "이는 결국 의사의 진료권을 상당부분 침해, 진료의 질을 저하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진단에 대해서도 "'진단'이라는 용어를 듣고 누가 보조적 행위라는 생각을 하겠느냐"며 "의료체계에 상당부분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은 "새로운 의료법은 의료의 근간을 지키면서, 환자와 의료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기본으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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