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수술후 입원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업무정지처분을 내리고, 진료비를 환수하는 게 말이 되느냐”
대전에서 치질수술을 주로 하는 외과의사 윤병택(65) 원장. 윤 원장은 2007년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재심요양급여비 환수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 2심에서 모두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환송했다.
윤 원장과 보건복지가족부, 공단과의 악연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원장은 2000년 12월부터 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해왔는데 이듬해 6월 복지부 실사를 받은 후 DRG 요양급여 4176만원을 부당청구했고, 환자로부터 본인부담금 3652만원을 과다하게 받았다며 241일 업무정지처분 통보를 받았다.
DRG 요양급여 부당청구 사유는 요양급여 규정상 치핵수술후 6시간 미만 관찰후 당일 귀가시켰다면 외래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DRG 수가를 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25일 “수십년 동안 치질수술을 해 오다보니 국소마취 상태에서 10~20분이면 수술을 끝내고 입원할 필요 없이 바로 퇴원을 시킬 수 있다”면서 “그런데 돈 몇푼 더 받으려고 불필요하게 입원시키고, 검사하고, 항생제 투여하고 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그는 업무정지처분취소소송을 청구했고, 1심, 2심에 이어 2005년 8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윤 원장은 환자를 6시간 이상 관찰한 후 귀가하도록 할 수 있었음에도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빨리 귀가하도록 한 후 전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다”며 241일의 업무정지처분이 과다하다고 결론 내렸다.
복지부는 윤 원장이 법정싸움에 들어간 직후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요양급여기준을 개정, 수술후 입원 치료를 하지 않고 6시간 미만 병원에 머무르더라도 DRG 수가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불행이 끝난 게 아니었다. 복지부는 대법원이 재량권을 이탈했다고 판결하자 2006년 12월 다시 업무정지 120일 처분을 내렸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부당함을 호소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여기에다 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비를 지급한 이후 재심사 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적발됐다며 9800여만원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공단이 5차례에 걸쳐 3300여만원을 추가로 환수하겠다고 통보했고, 그는 뒤늦게 법적 대응할 필요성을 절감해 또다시 재심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공단이 환수한 것 역시 치질수술후 6시간도 경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시킨 환자와 6시간 경과후 퇴원시킨 환자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포괄수가를 청구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환자의 중증도와 수술 난이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환자를 조기 귀가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지급한 진료비를 다시 환수한 공단의 처사가 너무 부당하고 억울했다”고 꼬집었다.
대법원도 “공단은 요양기관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한 후 비용의 일부나 전부가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라 해당 급여비용을 징수할 때에는 요양기관이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며 안일한 환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윤 원장은 “의사는 오로지 환자 진료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데 건강보험에 발목이 잡혀있는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의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을 하다고, 불필요한 진료를 하지 않으면 정부가 이를 권장하고 밀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과징진료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법원에서 누명을 벗어 뿌듯하지만 앞으로도 입원치료를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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