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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증세 유사한 뇌수막염, 병원 책임 없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8-10-08 06:49:26

부산지법, 유아 사망 손배소 기각…의사 과실 불인정

감기증세와 유사한 뇌수막염으로 유아가 사망했다면 병원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뇌수망염으로 사망한 유아의 보호자들이 소아과의원 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피고 소아과원장은 지난해 4월 유아(2003년생)가 기침, 가래, 콧물, 발열 및 좌측 귀 통증으로 내원하자 급성 중이염, 급성 기관지염,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진단하고, 항생제(아모클란 듀오), 거담제, 기관제확장제, 해열진통제 등을 처방했다.

피고는 이후 3차례 더 일부 항생제(시노트림)를 추가로 처방하는 외에 같은 약을 처방하자 유아의 기침과 가래 증상은 호전됐지만 중이염 증세는 차도가 없었다.

이에 피고는 같은 약을 처방하면서 항생제를 클락신 건조시럽으로 바꿔 처방했다가 몇일 후 항생제를 세픽스산으로 바꿨다. 항생제를 바꾼후 증이염 증세가 호전되자 피고는 이후 3차례 더 같은 항생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다시 내원했을 때에는 발열, 발진, 기침, 가래 콧물 증세와 함께 여전히 중이염 증세가 있자 피고는 항생제와 거담제, 기관제확장제, 해열진통제 등을 처방했고, 유아의 발열이 소실되고 발진, 기침, 가래 콧물 증상이 호전되자 두 차례 더 같은 약을 처방했다.

그러나 유아는 몇일 후 기침, 가래 증상 외에 온몸이 아프고 발열, 구토를 했고, 인후와 귀에 발적이 있자 피고는 소염진통제, 기침 감기약을 주사했다.

이와 함께 피고는 유아가 소변을 보지 못하자 링거액을 투여했지만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고, 혈압이 측정되지 않고 의식이 저하되자 전원 시켰다.

유아는 대학병원으로 전원됐지만 검사결과 세균성 뇌수막염, 상세불명의 폐렴, 뇌간압박으로 인한 뇌손상, 뇌사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자 보호자들은 아이의 증세가 반복적으로 재발됐고, 장기간 중이염 등을 앓고 있다가 구토 증세와 발열, 기침 등을 호소하면 뇌수막염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보다 정밀한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을 권고할 의무가 피고에게 있지만 이를 게을리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뇌수막염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고 감기 증세와 유사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감별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복통, 설사, 발열, 구토 증상만으로 뇌수막염을 판단하기 어렵고, 특별히 뇌수막염을 의심할 만한 증세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환자가 발열과 온몸이 아픈 증세가 있었고 간밤에 구토 증세가 있었다고 호소했지만 이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서 이런 증세만으로 뇌수막염을 의심해 진단을 하고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법원은 환자가 소변을 보지 못하자 링거액을 투여하며 경과를 관찰했는데 내원한지 불과 4시간도 지나지 않아 혈압이 측정되지 않고 의식 저하가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원은 “환자 내원 즉시 뇌수막염을 의심해 이에 대한 검사 및 진단을 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즉시 전원시키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에게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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