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서울의대 조수철 교수)가 의료법상 ‘정신과’ 명칭 개정논의를 벌이고 있지만 마땅한 이름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그러다보니 ‘신경정신과’로 개명하자는 주장까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3일 추계학술대회에서 정신과 개명 추진 공청회를 열었다.
개명추진특별위원회 김보연(성가효의원) 상임위원은 “정신과는 정신병과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돼 있어 진료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신과환자들 역시 국가 사회적으로 편견 이상의 차별을 받고 있으며, 민간보험에 가입하려고 해도 정신과진료 기록이 있으면 거부당할 정도이다 보니 입원할 때 질병명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자존심이 상하고, 환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진료를 기피하다보니 치료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어 개명이 불가피하다는 게 김보연 상임위원의 설명이다.
학회 설문조사 결과 정신과 전문의와 환자 절대 다수가 개명에 찬성한 상태다.
문제는 정신과를 대체할 대안 명칭이 없다는 것이다.
신경정신의학회가 지난 2월 회원들을 대상으로 정신과를 대체할 명칭을 설문조사한 결과 신경정신과(392명)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심신의학과(181명), 정신건강의학과(180명), 정신의학과(12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2005년 3월 일반인을 포함한 조사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생활정신의학과, 심신의학과, 신경심리의학과, 신경정신과 순이었다.
그러나 신경정신과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경정신과개원의협의회 이성주 회장은 “신경정신과로 할 경우 신경과학회가 절대 반대할 것”이라면서 “의협에 신경정신과 개명안을 올리더라도 1개 학회라도 반대하면 의결될 수 없기 때문에 이 명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의대 정신과 교수는 “과 명칭에서 ‘신경’을 빼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면서 “척박한 의료환경에서 이렇게 하다보면 영역을 다 뺏길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신경과에서 수면장애를 교육하고, 정신병도 뇌질환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왜 우리 스스로 ‘신경’을 빼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안동현(한양의대) 개명추진위원장은 “설문조사결과 생물정신의학적 측면과 ‘neuroses’ 의미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신경’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거나 ‘정신증’ 이미지가 지나치게 부각되지 않도록 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안 위원장은 “개명도 중요하지만 편견해소를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며, 향후 잘못된 질병명칭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같은 의견을 수렴해 향후 다시 한번 후보 명칭 투표를 실시한 후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보연 상임위원은 “정신과 개명은 현재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미래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개명은 환자 진료 차별을 철폐하는 운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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