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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붕괴 막을 특단대책 절실

박진규
발행날짜: 2003-05-27 18:10:23
세미급 병원의 도산율이 심상치가 않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93개 병원이 도산해 사상최고의 도산율을 기록한 것은 의약분업 이후 굴절돼온 국내 의료질서의 왜곡현상을 반증하는 단초다.

특히 100병상 미만 병원의 도산율이 16.3%에 달하고 있는 것은 차라리 붕괴라고 할 만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중·소 병원들의 연쇄도산은 의료수급의 축인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의료인력의 적정 분산과 수급에도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중·소병원의 붕괴는 결국 환자들이 보다 다양하고 저렴하게 받아야 할 진료혜택을 점점더 곤란하게 하는 일이다.

또한 의료시장이 개방될 경우에도 외국자본의 무차별 공격을 막아내기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될 것임에도 틀림없다.

외국자본 침투에 효율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진료를 특화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소병원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진료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고 환자 서비스를 강화한 일부 병원들은 사상최고의 도산율을 기록한 작년에 오히려 사상최고의 흑자를 낸 것이 이를 반증한다.

병원들의 부도는 제약업계와 도매업계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미쳐 의약품유통질서를 혼돈속으로 뻐져들게 하기도 했다.

중·소병원들의 대량도산은 이처럼 병원계, 의료계, 약업계 등 전반에 모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소병원이 대형병원 및 의원과 함께 공존하지 못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문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의료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기본적인 의료질서는 중·소병원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대형병원, 중·소병원, 의원 등에 골고루 적정 배치되는 것은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분업이후 의료인력은 개원가로 집중되는 왜곡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특정 진료과가 인기를 끌어 정작 환자치료에 중요한 진료과에는 의사가 모자라는 사태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중·소병원이 바로 선다면 개원가로 빠져나간 많은 의사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정부와 의료계는 중·소병원을 살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부채비율은 이미 252%에 달해 대다수 병원이 사실상 도산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전국 병원의 약 29.3%에 해당하는 267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대한 채권자의 진료비 압류액도 무려 1조원에 달했으니 병원들이 처한 경영난을 알만하다.

정부가 병원협회에서 제안한 병원경영활성화 대책을 소귀에 경읽기 식으로 적당히 흘려버리지 말고 숙고해야 할 이유다.

활성화대책중 의원, 병원, 대학병원 등의 기능분리 방안과 전문병원제도 육성방안은 적극적으로 추진할 만한 우선 채택과제라고 여겨진다.

중·소병원들 스스로도 환자서비스 향상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경영에 도입하고 개혁에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지원에 앞장서고 병원은 뼈를 깍는 개혁으로 위기극복을 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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