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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혈액관리 해법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04-06 06:15:54

서울대학교의대 조한익 교수

적십자사 수혈 혈액 오류 자인

최근 적십자사 혈액원이 공급한 수혈혈액이 간염이나 에이즈에 오염된 것이었고 이를 수혈 받은 환자들이 감염되었음을 자체 조사에서 밝혔다. 우리나라 어느 의료 기관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의료사고를 스스로 조사하여 밝힌 것이다. 큰일을 한 것이다.

뒤 따라 감사원이 감사를 통하여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적십자사나 감사원 모두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었다.

새로운 전산 시스템으로 찾아낸 오류이니 새로운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면 문제가 없다는 데 역점을 두었다. 문제의 핵심은 전산 시스템이 아니라 검사의 오류이다. 전산 시스템으로 밝혀진 오류만을 놓고 감사했기 때문에 전산시스템을 개선하면 될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전산 시스템에 왜 잘못된 검사 결과가 입력되었는가의 근본 원인이 더 큰 문제인데 이에 대한 해법이 신통치 않다.

혈액원 인증 제도를 도입하라는 감사원의 의견은 장기적인 대책이다. 당장 오늘 공급되는 혈액의 안정성이 문제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더구나 매일 검사 현장에서 일어날 문제의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안전 수혈이라는 세계적인 관심 사항을 풀어갈 방법을 생각해 보자. 오염된 혈액이 수혈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를 예방할 방법은 없는가? 적십자가 자체 조사한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혈액원은 어떻게 해야 이런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가?

문제의 핵심은 검사의 잘못이다

적십자 혈액원은 왜 오염된 혈액을 공급하였는가? 원인은 간단하다. 검사를 잘못한 것이다. 간염에 걸려있는 혈액의 검사결과가 음성이었기 때문에 안전한 혈액인줄 알고 공급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양성으로 나와야할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다는 것이다. 왜 양성으로 나와야 할 것이 음성이었는가? 대책은 여기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 원인은 혈액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혈액원의 잘못 일 수도 있다. 검사가 음성으로 나오는 간염 초기 단계(잠복기) 일수도 있다. 간염 항원의 양이 적어 검사로 검출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적십자 혈액원의 문제를 살펴보면 사용하는 검사법 자체의 한계와 검사에 사용된 시약이나 기기의 문제일 수도 있다. 또한 검사자의 잘못일 수도 있다. 원인을 밝혀야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발표가 없다.

검사의 오류를 막을 방법은 없는가? 완벽하게 막을 방법은 없다. 줄일 수 있을 뿐이다. 혈액 자체의 문제는 헌혈 문진(간염에 걸릴 위험성을 묻는 질문에 헌혈자 스스로가 답하는 것)에 헌혈자가 솔직하게 답하면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현혈자 스스로가 간염에 걸렸을 위험을 모르고 있으면 효과가 없다. 헌혈자가 솔직하지 않아도 막을 수 없다.

검사의 신뢰도를 높여야한다

결국 검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최대한 민감하고 정확한 검사로 오염된 혈액을 밝혀 제거해야 한다. 문제는 백퍼센트 신뢰할 완벽한 검사법이나 시약 기기 및 검사자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B형 간염 검사에 사용되는 최신 방법은 그 검출 민감도가 99.9% 라면 현재로선 최고의 검사법이다. 그러나 1년에 백만 명의 헌혈자 중에서 간염 환자가 일 만 명이라면 이들을 검사했을 때 10명은 간염에 걸렸는데도 음성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헌혈 혈액이 음성이면 혈액원은 이를 수혈 혈액으로 공급하게 된다.

이런 검사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 신뢰도 평가(정도관리)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즉 검사에서 오차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이 오차를 발견할 방법을 사용하여 실시한 검사 결과가 믿을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헌혈자의 지난번 헌혈 할 때 검사한 결과와 비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병원에서도 그 환자의 직전 검사 결과와 이번 결과를 비교하는 것은 검사 결과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번 사건에서 적십자 혈액원이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헌혈자의 지난 번 혈액검사 결과와 비교하여 검사결과의 신뢰성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번 검사 결과가 없는 헌혈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해결책의 핵심은 현재 실시하는 검사의 신뢰도 향상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두 가지 대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잘못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잘못을 인정해야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힐 수 있다. 그 원인을 알아야 잘못이 재발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잘못은 그 존재 자체를 부정되고 덮어진다. 혈액관리를 포함한 의료에서 오류 대책의 첫 단계는 오류를 수집하여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적십자사가 자체 조사를 통하여 오염된 혈액이 수혈된 사례를 밝힌 것은 그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어느 의료기관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오염된 혈액을 공급한 잘못을 상쇄하고도 남을 업적이다. 안전 수혈을 위한 획기적인 혈액관리의 개선을 위한 올바른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렇게 획기적으로 자기의 잘못을 점검하고 이를 발표한 적십자사는 앞으로 혈액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전산시스템을 개선했기 때문에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점이다. 전산 시스템으로 확인하는 것은 몇 년 전에 헌혈했을 때의 결과이다. 이 것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오류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오히려 전산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한 혈액관리법 시행령이 헌혈해도 괜찮을 건강한 사람을 헌혈하지 못하게 묶어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전산으로 해결했다고 손놓지 말고 검사의 신뢰도를 높일 종합적인 해결책을 만들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혈액 전문 인력에게 혈액원의 운영을 맡기고 책임지도록 해야

당장 급한 일은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혈액원 인증 제도를 도입하여 정기적으로 각 혈액원의 혈액 관리 업무를 상세한 점 까지 평가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헌혈부터 환자에 수혈된 다음 수혈 부작용 유무까지 전 과정을 전문가로 구성된 혈액감시단(가칭)에 의해 상시 감시하여 문제점을 조기 발견하여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혈액 전문 인력의 활용이다. 현재 같이 비전문가가 혈액원 책임자로 있으면서 혈액을 공급하겠다면 어느 의료인도 혈액원에서 공급하는 혈액의 안전성을 믿지 못할 것이다.

자기 잘못을 고백한 적십자사의 쾌거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대책은 극히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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