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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보다 더 드라마틱한 공청회

박진규
발행날짜: 2004-05-24 09:49:20
지난 22일 오후 의협 동아홀에서 열린 ‘의사 면허관리 개선방안’ 공청회는 고성과 욕설로 점철되며 마치 국회 TV 중계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박윤형 기획이사의 의협제안에 대한 주제발표가 끝나고 패널토의로 들어가려는 순간 의료개혁국민연대 소속 윤정호 원장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차분하던 공청회장 분위기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며 살벌하게 변했다.

윤정호 원장은 “연수는 면허행위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원의 의견을 물어야 하고, 의평원에 대한 정확한 진실규명 후 공청회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공청회의 무효화를 주장했다.

그는 “내 면허를 보호하러 왔다. 토론자를 누가 마음대로 정했느냐. 의평원에 대한 토론이 먼저다”며 집행부와 의평원을 집중 성토했다.

윤 원장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뒷 자석에 자리잡고 있던 윤철수 원장을 비롯한 7~8명의 의개련 회원들은 일제이 “먼허갱신제 결사반대” “의평원 해체”를 주장하는 어깨띠 두르며 지원에 나섰다.

특히 윤철수 원장과 박봉래 원장 등 의개련 맴버들이 잇따라 마이크를 잡으며 면허갱신의 부당성과 공청회 취소, 의평원 구성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지원사격을 했다.

여기에 대한 다른 회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인성 회원은 “김재정 회장은 회원 직선제로 선출된 회장이며 그런 사람이 소집한 회의이니 만큼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며 공청회의 진행을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동대문구 경만호 회장, 내과개원의협의회 장동익 회장이 “일단 토론을 듣고 나서 나중에 반대하더라도 하자”고 거들고 나섰다.

주위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윤정호 원장이 공청회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심지어는 간판법 문제까지 들고 나오자 장동익 회장은 감정이 상한 듯 “빨갱이 같은 생각 갖고 있다”는 극한 표현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날의 하일라이트는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건상 교수와 윤정호, 윤철수 원장이 장식했다.

윤정호 원장이 발언을 저지하던 김 교수를 향해 “(좌장이)의평원 추진위원장이다”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자 김 교수는 “추진위원장이 아니라 ‘추진괴수(?)’다”고 맞받았다.

김건상 교수는 이어 윤철수 원장이 발언에 나서자 “야 앉아 너 내 제자 아니야(윤철수 원장은 중앙의대를 졸업했다)”라고 했고 윤정호 원장에게는 “야 너 집에가”라고 고함을 쳤다

그래도 윤정호 원장의 발언을 멈추지 않자 감정이 폭발한 김건상 교수가 윤정호 원장에게 달려가 공청회장은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다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윤정호 원장이 “토론을 정식으로 하겠다”며 입장 바꿔 자리로 돌아가면서 토론은 속개됐고, 별 탈 없이 마무리 됐다.

그러나 이같은 광경을 지켜봐야 했던 많은 회원들의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됐나. 차라리 아니한 것만 못한 자리였던 것 같아." 한 회원의 자조섞인 한탄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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