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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자기정화 시급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09-30 07:11:32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 결과 동일 건물에 소재한 의원과 약국 등이 담합하여 가짜 처방전으로 10억원대의 진료비를 허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복지부 현지실사로 작년 한 해 동안 94억원 가량 환수 조치된 것을 감안하면 단일 기관 부당청구액으로는 사상 최대라 할 수 있다.

의사, 약사들의 부당청구 행위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새삼스러울 일도 아닌데 이번 사건을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부당청구액 규모와 함께 그 수법의 치밀함에 절망스럽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원의 경우 친인척 등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수법으로 동일 건물에 소재한 약국 등과 조직적으로 진료비를 부당 청구했으며 약국은 약사 면허를 대여 받은 이른바 ‘면대약국’으로 드러났다.

의원과 약국이 ‘의약담합’하여 진료비를 허위 부당 청구하는 경우 당국으로서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의사와 약사에게 특별히 엄중한 도덕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특정 직능 윤리도 그 사회의 평균 도덕지수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부도덕성을 넘은 범죄행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이든 대한약사회든 각 직능단체에서 ‘저수가 탓’만 불평할 뿐 회원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는 천박함에 있다.

의ㆍ약사들의 도덕적인 부정행위를 넘어 사회적인 범죄행위에 대해 각 상급단체에서 징계윤리위원회를 열어 해당 회원에 대해 자체 징계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 했다.

오히려 지난 달 내과의사회와 서울시약사회에서 보였던 추태로 상대방의 비위를 폭로하겠다고 으르렁 대는 참담한 현실이다.

진료비 부당청구를 일삼는 의사 및 약사는 건강보험재정 곡간을 갉아 먹는 ‘쥐’이며 면허증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는 ‘허가 낸 도둑’에 다름 아니다.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며 공보험으로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층에 최소한의 안전망이며 이 사회에서 그래도 아직은 부유한 의약사 전문직종이 이들의 빈약한 호주머니를 또 다시 터는 파렴치한 범죄 행위이다.

각 직능단체는 복지부에 자율징계권 부여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 자제 징계를 통한 자기 정화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 자율징계권 요구는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전문직종이 자기 정화를 하지 않고 고여서 썩는다면 외부의 힘이 개입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전문성은 무너질 것이다.

비위 회원들에 대한 추상같은 자체 징계가 종국에는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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