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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의 소외

장종원
발행날짜: 2004-12-30 07:56:40
기초의학 전공자의 부족 현상에 대해 취재하면서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기초의학 전공자부터 관련 과목 교수들. 그리고 학회 관계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일정한 공통점이 있는 듯 했다. 기초의학의 암울한 상황에 대한 논의야 당연하겠지만, 이들은 기자에게 그간의 기초의학 분야에 종사하면서 느껴 온 감정들을 격정적으로 이야기했다.

마치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알아오던 비밀을 속시원히 털어놓는 느낌과 같은 거 말이다. 아마도 기초의학의 소외와 외면에 겪은 마음의 상처 탓 일테다.

소외라는 단어가 성립하려면 소외를 시키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기초의학을 소외시키는 대상은 누구일까? 단순히 정부만이 소외를 시켰을까?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소외됐고 임상위주의 의료계로부터 소외됐다. 게다가 소외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언론에게까지 소외됐다.

이러다보니 기초의학의 어려움은 기초의학 내부에서만 이야기됐고 학자들은 억눌린 마음을 표현할 분출구를 찾지 못했다. 그것이 기초의학을 찾은 기자에게 그간의 감정을 털어 놓았던 연유 중 하나 였던 것 같다.

소외됐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요성을 인정함에도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는 현상은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어려움에 대해 일회성 관심만을 가진 채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현상도 그러한 예이다.

기초 의학의 어려움도 총체적인 구조적인 문제이다. 너무나 복잡한 함수식을 가진 구조여서 누구도 쉽게 손을 되지 못해 결국 소외시켜 버린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소외시켜버릴 수는 없다.

더 꼬이고 복잡해지기 전에 기초의학을 되살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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