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뇌부가 기표소 투표 불가 방침을 둘러싼 논란에 대의원 서면결의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의협 대의원회 유희탁 의장과 주수호 회장, 권오주 선관위원장은 19일 저녁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석식을 겸한 만남에서 “대의원들의 서면결의를 통해 기표소 투표의 시행시기를 결정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만남에서 이들은 기표소 투표에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임총의 결정사항인 만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자며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머리를 맞댄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수뇌부가 결정한 서면결의는 의협 상임이사진에서 안건을 대의원회에 상정하고 의장단이 대의원들에게 발송해 가부를 결정한 뒤 선관위가 결정된 사안의 세칙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서면결의 내용은 아직 검토 중에 있으나 △제36대 의협 회장선거에서 우편투표와 기표소 투표 실시 △제37대 선거부터 우편투표와 기표소 투표 실시 등 2가지 안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기표소 설치를 오는 3월 회장 선거부터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3년 후 적용할 것인지를 시행시기를 전체 대의원에게 위임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를 적용하게 되면 의협 선거관리규정이라는 점에서 지난달 임총과 동일하게 241명의 대의원 중 과반수(121명) 이상이 선택한 안이 채택돼 곧바로 시행되는 셈이다.
문제는 의협 회장 선거공고가 투표일(3월 20일)로부터 50일전에 공표돼야 하는 현 규정상 이번달 30일까지 모든 선거방안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의협 집행부는 서면결의 안건 문안을, 대의원회는 즉각적인 발송체계를, 선관위는 기표소 투표 세칙 마련 등 각자의 역할을 분업화시켜 서면결의 결정을 곧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의원회 유희탁 의장은 “선관위 결정대로 기표소 투표에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풀어보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의협 상임이사진에서 안건이 전달되면 21일 곧바로 발송해 늦어도 27일까지 대의원회에 도착하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 의장은 또한 서면결의의 정관위배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의협 자문변호사 등 2곳의 법무법인에 법리적 해석을 요청하기로 했다.
서면결의 결과에 상관없이 가장 바쁜 곳은 선관위이다.
이번 결정으로 선관위는 기표소 투표에 대비한 세칙마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권오주 위원장은 “서면결의 일정은 의협과 대의원회가 전담하고 선관위는 세칙을 맡기고 했다”고 말하고 “서면결의 내용도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선거관리규정 개정 문건이 오면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며 선관위원장으로서 심적 부담감을 내비쳤다.
의협 회장 후보군인 경만호 대의원의 임총 소집으로 출발한 기표소 투표가 안건 통과 후 선관위 불가 입장에 따른 회원들의 불만 고조 이어 의협 수뇌부의 서면결의 결정 등 생존을 위한 정치생리를 반복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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