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다 적발되면 처벌하도록 보건복지가족부에 권고하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고가 카테터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나 의료기술의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 및 경제성 분석 등을 담당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이번 사안에 대해 근거중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23일 “소위 일회용 치료재료를 재사용하는 것에 대해 의료현장과 제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거즈나 1회용 주사기 등 소모성 치료재료를 재사용하는 것은 부도덕하기 때문에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1개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카테터까지 한번 사용한 후 폐기하라고 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일회용 의료기기의 진료비 부당청구 방지 제도개선안을 마련, 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권고한 바 있다.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할 경우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일부 병·의원이 사용 후 이를 폐기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재사용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국민권익위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국민권익위는 “의료기관들이 이를 재사용하면서 마치 새 제품을 사용한 것처럼 치료재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해 건강보험재정에 손해를 끼쳐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민권익위는 지난 해 12월부터 올 1월 사이 일부 국공립 병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1개당 3만~200만원하는 카테터를 수차례 재사용한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선진국들은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재사용 기준을 마련,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일회용 치료재료의 개념부터 재정의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1회용 고가재료에 대해서는 재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일회용 카테터를 한번 사용해 시술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지만 1회만 보험급여로 인정하고 있어 실패할 것에 대비해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마치 의료기관들이 부당청구를 일삼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회용 치료재료 재사용에 대한 시각차가 상존함에 따라 이런 문제를 교통정리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의료연구원이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기술의 비용대비 효과, 안전성, 경제성 등을 평가, 의료행위의 기준을 마련하는 등 입법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말 설립됐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국민권익위가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문제를 제기하자 관련 단체와 간담회를 가진 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안이 연구원 설립 이후 첫 번째 실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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