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의과대학 신설 주장에 대해 진정성을 비판하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무상 원장(연세의대 교수)은 12일 발간된 의사협회 ‘의료정책포럼’ 기고문을 통해 “국공립의대와 사립의대의 신설 추진 주장은 다른 목적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고 진정성마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무상 원장은 ‘의대 신설 논리와 인증평가 제도’ 글에서 “은밀한 연례행사인 의대신설 요구가 대통령 선거 직후인 작년초부터 추진측의 목소리가 예상대로 당당하다”면서 “그 주장은 비논리적이며 허구적이고 모순이라는 점에서 논리보다 감성적 홍보와 선동에 의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남과 호남 등에서 지역 및 지방의료 발전을 이유로 의과대학 신설을 요구하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정권별 의대 신설 현황을 살펴보면, 광복시 서울의대와 경북의대, 전남의대(이상 국립), 전남의대, 고려의대 등 5개교에서 미군정 시절 이화의대 1개교, 이승만 정부 시절 부산의대(국립), 가톨릭의대 등 2개교, 박정희 정부시절 충남의대, 전북의대(이상 국립), 경희의대, 조선의대, 한양의대, 중앙의대, 순천향의대, 연세원주의대, 영남의대, 인제의대, 계명의대 등 11개교로 1979년까지 총 19개교가 신설됐다.
이후 전두환 정부시절 경상의대, 충북의대(이상 국립), 고신의대, 원광의대, 한림의대, 인하의대, 건국의대, 동국의대, 동아의대, 울산의대, 아주의대 등 11개교, 노태우 정부시절 단국의대와 대구가톨릭의대 등 2개교, 김영상 정부시절 제주의대, 강원의대(이상 국립), 건양의대, 서남의대, 관동의대, 성균관의대, 을지의대, 포천중문의대, 가천의대 등 9개교로 지금까지 총 41개 의대(국립 10개, 사립 31개)가 인가됐다.
이무상 원장은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추진측의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먼저, “의대가 없어 대학 또는 병원의 발전이 저해된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면서 “의대가 있어야 좋은 대학은 아니다라는 근거의 전형적인 예가 카이스트와 포스텍”이라며 의대신설과 대학발전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논리를 꼬집었다.
“하버드와 MIT, 진정한 발전을 위해 다른 것 포기”
이 원장은 “세계적인 대학인 하버드대학에는 공대가 없고, MIT에는 의대가 없다”면서 “이는 하나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인가만 해주면 타 사립의대만큼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지적했다.
그는 “김영상 정부는 5년간 ‘선 인가-후 시설’로 9개 의대의 설립을 인가했다”고 전하고 “당시 정부는 사립 7개교에 설립인가의 부대조건으로 3차 의료기관 정도의 병원을 학교법인으로 지어야 한다는 조건의 각서를 받았다”며 현재 해당 대학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는 의대신설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이무상 원장은 특히 의대가 없어 지역발전이 안된다는 주장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이 원장은 “의대 신설 추진측은 지방 사립의대의 60%가 수도권에 병원을 운영하는 이유를 모를 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전국이 반일 생활권으로 변했고 경쟁력이 수도권에 집중한 부작용이지 지방에 의대가 없어 지방경제와 의료가 몰락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의과대학 인증평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원장은 “의학교육은 고등교육이며 고위 의료전문직 양성교육이기 때문에 OECD와 UNESCO, WHO, WFME 등의 기준을 최소한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평원의 인증평가 활동도 국내 의료인의 국제진출과 의료의 국제화를 위한 것”이라며 일방적 논리의 의대 신설 주장을 비판했다.
이무상 원장은 “지방의대 신설 주장이 입학생 절대부족 시대에 대학의 명맥을 유지하거나 대학의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서는 안된다”고 전제하고 “또한 의사 절대과잉 시대에 병원의 명성제고와 명맥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더더욱 안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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